내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수단
최근 지그재그에서 크리에이터 도메인을 맡게 되면서
크리에이터와 셀러를 위한 디자인을 하게 됐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
내가 일반적인 쇼핑몰 사용자라면 나 스스로를 하나의 사용자 군으로 생각해도 되지만,
크리에이터와 셀러? 난 그 무엇도 되어본 적이 없다.
서비스에 데이터 로깅(UBL)이 안 심겨 있는 경우도 많아서,
앰플리튜드를 뒤져봐도 이들이 서비스를 잘 쓰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려웠다.
결국 비즈니스 팀에 의존해 사용자 특성을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건너 듣는 정보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렇다고 매번 바쁜 팀원들을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언제든 가둬놓고(?) 물어볼 수 있는 사용자'가 절실했다.
마침 사내에 크리에이터 인터뷰 로우 데이터가 있었다.
이걸 활용해 '가상 사용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요즘 GPTs와 Gems처럼 맞춤형 챗봇을 만드는 툴이 잘 나와 있다.
가이드만 잘 짜면 옆에 유능한 전문가 한 명 두는 셈이다.
우리 회사는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구독 중이라 'Gems'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구글의 Gems, 오픈 AI의 GPTs :
복잡한 명령어(프롬프트)를 매번 입력할 필요 없이,
특정 업무만 수행하도록 미리 훈련시켜 둔 AI 페르소나
인터뷰 로우 데이터가 있었으므로, 이걸 다 복사해서 ai한테 정리해 달라고 했다.
인적 사항 및 배경: 나이, 직업, 라이프스타일, 해당 서비스/도메인에 대한 숙련도.
핵심 니즈(Needs): 서비스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최종 목표.
고충점(Pain Points): 기존 방식이나 경쟁 서비스에서 느꼈던 구체적인 불편함 (예: "결제 단계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게 돼요").
멘탈 모델(Mental Model):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볼 때 당연하게 기대하는 방식 (예: "장바구니는 당연히 우측 상단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어 습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 (예: 전문 용어를 쓰는지, 쉬운 단어를 선호하는지).
ai가 정리한 내용을 가지고 ai한테 다음과 같이 정리해 달라고 한다.
'사용자 인터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퍼소나를 만드려고 해.
퍼소나랑 실제로 대화하는 것처럼 만들고 싶어.
뭐라고 요청사항에 적어야 할까?'
그러면 알아서 정리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요청 사항에 들어갔다.
(일부는 브런치에 쓸 수 없어서 제외됐다.)
1. 역할 및 정체성 (Role & Identity)
AI의 퍼소나를 정의한다. 인터뷰 데이터에서 추출한 사용자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부여한다.
예: "5년 차 안드로이드 유저이자, 복잡한 금융 앱에 피로감을 느끼는 30대 직장인."
2. 의사결정 원칙 (Decision-Making Framework)
퍼소나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심리 모델을 설정한다.
예: "편의성보다 보안을 우선시하며, 생소한 인터랙션은 회피한다."
3. 출력 요구사항 (Output Requirements)
답변 형식과 필수 포함 내용을 지정한다.
예: "첫인상을 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이해가 어려운 지점 2가지를 지적한다."
4. 필수 제약 사항 (Hard Constraints)
AI가 지켜야 할 금기사항을 설정한다.
예: "디자인 전문 용어 사용 금지.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칭찬은 지양한다."
5. 기본 성찰 질문 (Default Reflection Question)
대화 끝에 디자이너에게 던질 질문을 설정하여 사고를 확장한다.
예: "이 피드백이 실제 타깃 유저의 고충과 얼마나 닮아 있다고 생각하는가?"
6. 수행 가능한 작업 예시 (Example Tasks)
해당 퍼소나가 잘 처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태스크를 명시한다.
예: "와이어프레임 비평, 신규 기능 사용 시나리오 테스트."
7. 말투 및 소통 스타일 (Tone & Communication Style)
성격이 드러나는 말투를 설정해 몰입감을 높인다.
예: "의구심이 많은 태도. 모르는 부분은 즉시 질문하는 직설적인 말투."
그러면 완성이다!
만들자마자 작업 중인 화면을 보여주며 평가를 부탁했다.
결과는? 처음엔 좀 실망스러울 수 있다.
AI는 진짜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튜닝'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건 퍼소나의 답변을 실제 사용자나 관련 부서의 의견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맞고 틀린 부분을 골라내서 다시 Gems 가이드에 반영한다.
답변 출력 > 실제 피드백과 비교 > 가이드 수정 > 다시 출력.
이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 타깃과 점점 동기화시켜야 한다.
나도 현재 비즈니스 팀의 도움을 받아 계속 개선 중이다.
궁금해서 똑같은 가이드를 넣고 GPTs와 Gems를 비교해 봤다.
같은 화면을 보여줬는데 반응이 꽤 달랐다.
GPT는 이 페이지를 아주 체계적인 '구조'로 접근했다.
분석 방식: 기능을 번호순으로 매겨가며 아주 논리적으로 쪼개서 설명했다. '이 버튼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기능이 없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를 데이터 기반으로 추론하는 인상을 주었다.
관점: 크리에이터의 '행동 패턴'에 집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앱을 켰을 때, 눈이 어디로 먼저 가고 어떤 순서로 클릭할지를 시나리오로 그려주었다.
특이점: 리스크를 짚어줄 때도 "이탈률", "영업 성격" 같은 비즈니스 용어를 사용하며 아주 객관적인 조언을 건넸다.
반면 제미나이는 본인이 직접 '패션 크리에이터'라는 퍼소나를 입고 답변을 시작했다.
분석 방식: 기능을 설명할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숨이 턱 막힌다" 같은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기획안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실제 앱 사용자의 후기를 미리 들려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관점: 크리에이터의 '심리'와 '가치'에 집중했다. 단순히 기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능이 크리에이터의 자존감을 어떻게 높여주는지, 어떤 기능이 팬덤 관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짚어냈다.
특이점: "내 피드 감성이 망가진다"처럼 실제 크리에이터가 고민할 법한 구체적인 디테일을 예로 들어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결국 내가 생각했을 때는 제미나이의 승리다.
더 살아있는 퍼소나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처구니없는 말투도 써서 가끔은 '요게 봐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제미나이 같은 경우는 이전 대화의 정보를 그대로 끌고 오는 경향이 있어서
전혀 상관없는 화면의 정보를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채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노 바나나에서도 그런 걸 느끼고 있다. 말 진짜 안들을 때 있는데 (하지 말라는 거 계속하는 거 나만 그런가)
그때도 채팅을 다시 시작해 버린다. 여하튼 GPTs나 Gems나 원하는 대로 편하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방금도 썸네일 만드는데 스타일 바꿔달라고 했는데 곧 죽어도 안바꾼다. 진짜 왜그럴까?)
그럼 다음에 또 괜찮은 팁 있으면 공유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