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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끔하게 Jun 29. 2024

왜 피곤한걸까

6월 28일 교단, 육아일기

전날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수업이나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특별히 힘들게 한 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너무 피곤해서 퇴근길 10분 운전이 귀찮을 정도였다.


사실 이유를 안다. 다음 주에 2박 3일로 수련회를 가기 때문이다. 다수의 학생을 데리고 움직이려면 신경쓸 일이 많다. 일단 사고가 나지 않도록 단도리도 해야 하고, 운영비용도 제대로 집행해야 하고, 준비물도 잊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이야기 해야 하고...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고 할 생각도 많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용을 쓰기 때문이다. 수련회는 시작도 안 했는데 재미있게 사고 없이 잘 끝나야 하는데 어쩌나 하고 용을 쓰느라 에너지를 다 쓴다. 아마 난 주말동안 계속 용을 쓰고 있을 거다. 출발 전 웬만한 준비는 다 끝났고 빼먹은 건 웬만하면 도착해서 수습이 가능할텐데도 그렇다. 참 불편한 성격이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줄줄 흘리고 있으니 피곤할 수밖에. 이럴 때 해결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에 오기만 하면 된다. 애들 도시락을 씻고, 첫째와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둘째가 갈겨놓은 오줌을 닦고 뭐 이러다 보면 학교 일은 잊을 수 있다. 아마 자기 직전 불을 끄면 생각이 날 거다. 그렇다고 생각에 사로잡혀 잠을 못 이루진 않을 거다. 낮에 에너지를 다 허비했고, 오줌 닦느라 체력을 다 털렸기 때문이다. 아마 수려...ㄴ.....켥 하며 셧다운될 거다. 역시 학교일은 집으로 잊고 집 일은 학교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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