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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이 따로 놀면 치매일까?

아아와 뜨아!

by 김달래

터키에 같이 다녀온 친구들 셋이 다시 뭉쳤다.

갈 때는 코트 바람으로 꽁꽁 싸매고 갔는데 돌아오니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사방 어딜 가도 꽃 천지다.

여행 중에 사진을 도맡아 찍은 친구에게 고마워서 밥을 사겠다고 불러냈다.

친구는 웬일이냐며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나와주었다.

공짜라면 아직도 좋아하는 나이다. 후훗


어릴 때 누비고 다녔던 국제극장,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을 배회하며 어릴 적 추억의 길을 걸었다.

"그때 생각나니? 국군의 날 되면 태극기 손에 들고 세종로 거리에 쭉 서서 시가행진 하는 거 구경하고 "

"맞네! 그때는 볼 구경거리도 없고 그날 무슨 축제같이 돌아다녔지.."

"소풍도 남산으로 창경궁으로 덕수궁으로 쭉 줄지어 걸어서 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그렇게 먼 길을 다녔던 거지? "

신문로 쪽에 다 같이 모여 살던 친구들은 그때의 추억을 살리며 날씨가 쌀쌀한 탓에 따뜻한 국물 메뉴를 찾아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가 여행이 너무 힘들었나 봐 다녀온 뒤 한 며칠을 끙끙 앓았잖아."

"나도! 너도?"

셋은 입을 모아 여기저기 아팠던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우리 나이 더 들어 다리 아프기 전에 많이 다니고 하자. 아파봤자 나만 손해야."

"맞아 식구들도 아프다 하면 병원에 가라고만 하지 시큰둥하잖니..?"

서로 이구동성으로 더 늙기 전에 다녀야 한다며 환갑잔치 대신 해외여행 간다는 지인들 얘기를 했다.

"이번에 튀르키예 여행 가서 케이크이라도 켜고 60 먹은 자축 파티를 했어야 하는데"

라며 다들 아쉬워했다.

"새벽에 일어나 다니느라 다른 생각은 할 시간이 없었지 이런 힘든 여행은 난생 첨이다 "



감자 옹심이 집을 지나가다가 세 사람이 눈빛으로 여기닷 하며 줄지어 들어갔다.

옹심이 집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바람이 차고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모두 따뜻한 국물을 원하는 것 같았다.

감자를 좋아해서 옹심이와 메밀 전과 만두를 시켜서 겉절이에 콧등에 땀을 흘리며 먹었다.

여행뒤에 오는 잔잔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에 계셔주세요 세종대왕님

식사 후에 커피를 먹어줘야 한다는 커피 애호가가 있어서 사직공원 배화여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어 바람이 부는 쪽으로 걷다 보니 모던한 커피집이 나온다.

"추워서 따뜻한 걸로 먹어야겠다."

다들 따뜻한 걸로 먹자며 자리를 잡고 커피 주문은 내가 하기로 했다.

"다들 따뜻한 거?" 디저트 케이크가 있나 찾으며 친구들에게 물었다.

" 엉 아 ~~"

주문대에 서서

"아아 석 잔요."

주문을 하며 케이크는 없나요? 하니 없다고 했다.

진동벨을 주길래 들어와 앉아 커피숍 내부를 둘러보며 내부 사진을 찍고 손이 시려 비비고 있었다.

따뜻한 찻잔에 손을 댈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진동벨이 울려 냉큼 가서 받아오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에 가 보니 아이스커피가 석 잔이 쟁반 위에 담겨 있다.

"어랏! 나는 따뜻한 거 시켰는데...?"

나말고는 손님이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이거 제건가요?"

" 네 "

하고 상냥하게 웃는 주인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대답을 해준다.

"잠깐만요.. 저는 따뜻한 거 시켰는데..?

그때 친구 하나가 무슨 일인가 하고 카운터로 다가왔다.

"우리가 따뜻한 거 시킨 거 아니니?"

"그랬지... 아.!!!!!!.. 그런데 아까 내가 아아 ~! 하고 대답한 것 같긴 하다. 네가 물었을 때..."

"그니까 머릿속으로는 뜨거운 거라 하면서 입으론 아아가 그냥 나왔네.. 네가 말한걸 그대로 난 또 생각 없이 전달했고,, "

주인은 카운터에서 난감한 표정을 하는 우리를 보더니 자기 쪽으로 다시 쟁반을 끌어당긴다.

"날도 찬데 새로 해드릴게요."

라며 새로 만들어 줄 의향을 보였다.

동시에 나는 미안해서

"난 그냥 먹을게요. 우리 잘못이에요."

옆에 있던 친구도 그냥 먹자 ,, 며 바꿔주겠다고 하는 주인장의 말에 감사를 표하고 다시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 위에 동동 뜬 얼음들을 휘휘 스트로우로 돌리며 친구들을 보니 다시 웃음이 터졌다.

"미안해... 나 어쩌니? 생각과 말이 이렇게 따로 놀다니... 늙었나 보다!"

"아냐 내가 아까 아아!라고 말했어. 내 잘못이야." 입으로 생각지 않은 말이 나간다며 셋다 비슷한 일이 자주 있다고 실토를 했다.


그러고 보니 주문할 때 아무도 뜨거운 거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네!!



친구는 카운터에 가서 뜨거운 물 두 잔을 받아와 얼음을 건져내고 반씩 섞어서 연하게 먹었고 다른 친구 하나도 얼음을 빼고 나니 3분의 1은 줄어들고 남은 미지근한 커피를 마셔야 했다.




졸지에 다섯 잔으로 바뀐 아아

"우리 이제 한번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해야겠다" 하고 내가 말하니 다른 애들도

"나는 친구 이름을 부르다가 다른 친구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이거 치매 전조 증상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이제 60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한다니.. 옛날에 엄마 아빠가 70넘으셔서 말 더듬거리며 생각 안 난다 하며 모른다 할 때 무작정 벌써 치매냐고 쿵박을 드렸거든 내가 그 짝 났네! "



친구들도 나이에 비해 점점 기억력이 쇠퇴해 가는 걸 자각하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주 만나고 두뇌 발달에 좋은 책도 보고 여행도 다니자고 결론을 내렸다.

저마다 나이에 맞는 치매예방에 먹어야 좋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며 정보를 나눈다.


"난 오메가 3, DHA, 리놀렌산, 리올리브유와 같은 좋은 지방이 들어 있는 거 약 챙겨 먹어."

"비타민 먹고 항산화 식품, 케일, 브로콜리 자주 먹으라던데!"

"다들 잘 챙겨 먹고 있네. 난 과일 챙겨 먹는 거 말고 영양제는 안 먹는데... 먹어야 하나?"

영양제를 원래 안 좋아하는 나는 궁금했다.

셋다 저마다 식습관에 대해 얘길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건강할 때 지키자!"

모두 치매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적절한 운동과 음식 섭취 잘해서 아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노후를 보내자고 다짐을 하며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브런치 작가님들의 의견은 어떠신지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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