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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Dec 21. 2023

왜 이렇게까지 한 거예요? 선생님!

단편 1. 음악선생님이 되는 꿈을 키우는 마리



단발머리 여고생 마리는 3학년, 성악을 공부하는 음대지망생이었다.

마리는 한 달에 한번 서울로 레슨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평일엔 성악전공자이며 성가대 지휘자이기도 한 안드레아 선생님께 주 3일 레슨을 받았다. 성당의 안드레아 선생님이 마리에게 성악을 권하게 되어 시작을 한 것이다. 마리에겐 최초의 멘토였다. 안드레아는 키는 훌쩍 크고 마르고 목소리는 맑고 청량했지만 말을 할 때는 조곤조곤하며 약간의 콧소리가 나는 신부님 외모의 선생님이다. 

안드레아는 전도유망한 음대생이었고 음대지망생들을 가르치는 실력 있는 분이라고 정평이 나있었다. 마리는 안드레아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 코르뷩겐 시창 발성곡을 시작으로 해서 'Caro Mio Ben 나의 다정한 연인)'이나' 'O del mio amato ben (오 나의 사랑하는 님이여) '등 이탈리아곡부터 피아노반주에 맞춰 발성부터 한 시간 내내 지도를 한다. 마리가 3학년 중반이 되자 이제 입시곡이 나오고 자유곡과 지정곡이 발표됨에 마리는 더 조바심이 났다.




"선생님, 이 정도 실력으로 음대 갈 수 있을까요?"

"너는 목소리가  타고나서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무난히 들어갈 수 있다." 하며 마리를 늘 격려해 주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걱정이 돼요."

"자신을 가져라. 이 정도면 넌 성적이 좋으니까 지방국립대 사범대학은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마리는 남들보다 성악을 늦게 시작했다 싶어서 은근히 위축되어 있었다. 서울에 가서 레슨을 받을 때 보면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교수님과 레슨을 하는 걸 많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자기 수준이 어느 정도라는 걸 잘 알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2학기가 되자 서울 레슨이 시간이 너무 많이 허비되어서 중단하고 안드레아와 더 연습을 하곤 했다. 갈수록 자신감이 더 떨어지고

 '음대에 갈 수 있을까 여기서 그만두어야 하는가'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열심히 안드레아 선생님을 의지할 방법밖에 없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학력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공부에 전념하라고 저녁에 레슨을 나가는 걸 금지하셔서 평일엔 연습을 못하고 주말에만 집중적으로 하게 되자 안드레아는,

"연습량이 부족하기도 하니 야간 학습 끝나면 집에 자전거로 타고 가면서 연습을 더하자"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몰라요.."

"아니 선생님 뒤에 타고 가면서 부르라는 거야"

마리네 집은 시에서 조금 벗어난 학교에서 집까지는 8킬로, 시에서 군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다니는 2차선 신작로 길이었다.

그날 이후 야간 학습이 끝나는 밤 10시면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이나 선생님이 자전거에 마리를 뒤에 태우고 간간히 버스만 다니는 신작로에서 O del mio amato ben을 불렀다.

"선생님 저 무거울 텐데 안 힘드세요?"

"괜찮아. 네가 노래 연습할 시간을 이렇게라도 내야 되지 않겠니?"라고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 마리는 이렇게까지 자기를 생각해 주는 안드레아선생님께 늘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마리는 자전거 뒷자리에서 떨어질까 봐 선생님 허리를 꽉 잡지도 못하고 겉옷만 꽉 쥐고 그 길을 삑삑거리는 자전거 뒤에 타고 집으로 갔고  안드레아 선생님은  다시 갔다.





12월이 되자 눈이 내리는 날이 잦아졌다.

'눈이 와서 오늘은 선생님이 안 오시겠지?'

하고 교문 앞에 나갔더니 어김없이 선생님은 우산을 쓰고 마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마리의 겉옷에 우산 그리고 마리가 앉을자리를 담요로 방석을 마련해 가지고 기다리고 계셨다. 

"눈이 오고 추운데 괜찮을까요?"

"이렇게 궂은날 소리를 질러 목청을 틔우는 거야." 하시며 페달을 밟고 마리에게는 우산을 쓰게 하고 선생님은 머리까지 푹 뒤집어쓰는 두툼한 후드 달린 겉옷을 입고 달리셨다. 1시간가량 덜그럭철그럭 페달 밟는 소리와 마리의 노랫소리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집에 가까워오자 안드레아 선생님은 가져온 다른 바람막이 방수 점퍼를 꺼내어 입혀주며 

  "감기 들겠다 어서 집에 들어가라~"

마리는 선생님의 그 따뜻함에 손발이 다 젖었어도 춥지 않았고 고맙고 감사했다.





그런데 왜 안드레아선생님은 힘들었을 텐데 자전거로 그 왕복거리 20킬로나 되는 2차선 신작로 길을 마리를 태우고 데려다주고 혼자서 그 길을 되돌아갔을까? 혼자서도 그 길은 힘든 길이었을 텐데...

마리는 입시 때문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기 시험이 가까워오자 자전거로 다니며 연습했던 연습은 그만두었고 성당에서 반주하시는 분하고 안드레아 선생님하고 주말에 만나 연습을 하기도 했다.

                                                             

 



마리네 S여고 음악선생님은 50이 넘은 노총각이다.

조 선생님은 그해에 고3 음대 지망생들의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전교생을 모아놓고 입시곡 발표회자리를 만들어주신다.

성악 1명 피아노 2명 첼로 1 플루트 1명 바이올린 1명 비올라 1명 등 총 7명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작은 음악회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한 자리니 입시 실기 자리라 생각하고 연습을 잘 해오길 바랍니다."

마리가 날짜를 보니 '목금토일 4일 남았네! 어떤 곡을 할까 2곡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는 어떻게 내지? 육성으로 해야 한다했는데...'

전교생이 모인 자리라 하면 천 명이 넘는 자린데 갑자기 겁이 덜컥 나는 마리.

머릿속이 하얘졌다. 안드레아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는 생각에 하교 후 성당으로 달려갔다. 성가대가 있는 본당에도 안 계시고 다 돌아다녀도 안보이시네, 그럼 반주자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봐야지 하고 또 찾으러 나선다.


반주선생님도 모르신다고 하고 다시 안드레아 선생님 집으로 갔는데 선생님 노모께서는

"지리산에 눈꽃 보러 간다고 했는데.. "

"네? 그럼 언제 오실까요?"

"글쎄..... 한번 가면 며칠씩은 걸리던데.. 주말에나 올려나?"





'낭패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담주 월요일이 발표인데 레슨을 어디서 받아야 하지? 실기시험이 코앞인데 

하필이면 이럴 때 선생님이 산엘 가시다니.. 겨울산에 뭐 볼 게 있다고! 겨울산에 가서 미끄러나져랏!' 괘씸한 생각에 마리는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갈 길을 잃고 있었고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입으로 툭 뱉는다.

마리는 기댈 곳이 없었다.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원망을 하다가 마리는 피아노 전공을 하는 친구와 반주를 맞춰보고 마지막 리허설을 맞추었다.

'연습한 대로 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혼자서 연습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난지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게 처음인 마린 자신감이 제로였다.


드디어 발표의 날이 왔다. 강당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마리는 너무 심장이 뛰고 긴장이 되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7명 중 5번째가 마리의 순서이다.

그동안 연습했던 입시 실기곡으로 'Lungi dal caro bene(그리운 님을 멀리 떠나)'와 'O del mio amato ben' 두 곡을 준비했다. 강당 가운데 자리에 올라서니 까맣고 하얀 교복을 입은 동기생들과 후배들의 눈들이 마리를 모두 응시하는데 간장이 오그라 붙는 것 같았다. 음악 선생님은 이럴 줄 알고 음대 지망생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 같다.

마리는 끝까지 노래를 마칠 수 있었을까? 마리는 음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2편으로 계속됩니다. 다음 주 목요일 12,28일 단편. 2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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