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달래 Jan 17. 2024

오지랖이 가져다준 소소한 행복

분실카드 주인 찾아주기




얼마 전부터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작은 카드지갑에 한 두 개의 신용카드와 신분증만 넣고 휴대폰을 손지갑에 넣고 다닌다.

가끔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쇼핑은 물론 어디든 카드 한 장이면 만사 해결이 된다.

그래서 신분증과 카드만 들어있는 지갑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카드를 분실하게 되면 어떤 마음인지 안다.


오솔길에는 나와 같이 산책을 하러 나온 피노의 친구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피노는 땅에서 나는 흙냄새 다른 개들의 오줌 찌릉내를 킁킁거리며 맡고 주위를 탐색하고 있고 목줄을 길게 늘여 저만큼 앞서가던 피노는 어떤 물체를 발견했다.



"피노야 뭐야? 뭐가 나타난 거니?"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어떤 작은 손지갑 같은 건데 가죽재질의 케이스인데 손바닥 만한 사이즈였다

누가 봐도 흘린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현금이 5만 원에 카드가 두 장 들어있다. 신분증이라도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주인을 찾아주면 되겠다 싶은데 전화번호도 없고 누군가 산책길에 흘린 게 분명하다. 주인을 찾아주고 싶었다.

지금 이 사람은 자기가 이걸 떨어뜨린 지도 모를 것 같다. 물론 카드야 분실 신고를 하고 다시 재발급을 하면 수일 내로 만들어지지만 만들어지기까지 카드를 쓰지 못한다는 번거로움이 참 힘들 때가 있다.


오지랖일 수도 있으려나 그냥 놔둘까? 잠깐 갈등을 했다.


나도 분실했을 때 카드 뒷면에 작은 글씨로 적힌 카드분실 습득 시 신고하는 전화번호 문구가 떠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분실신고 전화번호가 보인다.


휴대폰을 들어  K카드회사에 전화를 했고 상황을 설명했고 상담원은 감사의 인사를 하며  지금 나의 위치를 물어보고 어디서 습득을 했는지 등 몇 가지를 묻는다.

그럼 가까이 사는 분일 테니 분실하신 분께 연락을 해서 나에게 전화를 주겠다고 하며 전화는 일단 끊었다,

피노랑 오솔길을 걸으며 흙냄새를 만끽하고 있었다.

수분이 지나자 모르는 번호가 휴대폰에 뜬다,

"카드를 분실한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

중후한 어르신의 목소리이다.

"네 7단지 00 공원입니다."

"그럼 5분 내로 가겠습니다 잠깐만 계셔주세요~~"

"네 천천히 오세요. 강아지랑 있어요."

어르신이 급히 달려오면 힘들까 봐 시간의 여유가 있음을 알려드렸다.


한 15분쯤 지났을까 머리가 중절모를 쓴 어르신이 지팡이에 의지하며 걸어오고 계셨다.

'나에게 가까이 오는 걸 보니 카드주인인가 보다.'

"안녕하세요 ~ 카  드? ~~~"

나의 인사에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딸네 집이 이 근처라 버스에서 내려서  공원을 지나가다가 호주머니에서 빠진 것 같아요"

라고 하며 몇 번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르신이 딸 같은 나에게 자꾸 인사를 하시니  송구하기도 하고 해서  괜찮다고 하며 자리를 뜨게 되었다.

뒤돌아 지팡이에 의지하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아빠의 뒷모습도 떠오르고

'아빠가 살아계셨으면 저 연세쯤 되셨겠네...'


 나도  그 나이쯤 되면 뭘 흘리고 빼먹고  자꾸 잊어버리고  자식들의 말소리도 잘 안 들리겠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반되는 자질 구레한 일들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1년 전쯤에 당뇨합병증으로 요양병원에 계신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이 잘 안보이셨음에도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고개를 젓기도 끄덕이기도 하고 사진을 보여드리면

"이쁘다 우리 손주들 이쁘다 "하셨는데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잘 들리지도 않으면서 짐작으로 그렇게 대답을 해주셨던 것 같다.  

내가 이 나이가 돼 보니 자꾸 인지력이 떨어지고 잘 안 보이고 잘 잊어버리고 한다. 70대 후반이셨던 엄마는 더 그러셨을 것 같다. 자식들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님의 마음을 잘 몰라줬고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좀 더 엄마의 손과 발이 돼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후회가 돌아가고 나신 후에야 더 된다.




눈이 펑펑 내리는 오후다.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그립다.

이 땅의 어르신들 부모님들  힘내세요 ~~.

당신들이 계셔서 이 땅에  우리가 있는 겁니다.


눈바람이 칼바람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스토리가 나에게 준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