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약에 신비한 마약 같은 거라도......~?
"아기 낳는 것보다 더 아파....
나 대상포진이래!"
평택 사는 S의 카톡이 왔다.
아기 낳은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얼마나 아픈 거야?..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입원수속 중이라고 한다.
"아 낳는 것보다 아파?.... 그 정도인 거야?"
산고를 두 번이나 치렀어도 이제는 잊어버렸고 그리 죽을 것 같지는 않았던 터라 고통이 감이 안 왔다.
"응. 살을 칼로 에이는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
척추에 주사 3대 맞았어. 주사 맞다가 너무 아파서 울다가 잠시 쉬었다 맞고...
애 낳는 건 쨉도 안돼~ 이건 절대 걸리면 안 되는 거네... 너도 조심해~"
S가 아픈 와중에 내 걱정을 해주니 고마움이 전해왔고
내가 걸린 것 같이 가슴이 쑥쑥 메어왔다.
S가 이렇게까지 아파서 입원까지 했다고 하니 당장 뛰어내려 가고 싶었다.
"이거 전염이 된다고 가족들도 입원실에 못 들어오게 하네. 그리고 며칠 지나면 금방 나을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나이를 들어가니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이 돌아가면서 아프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짐을 조차 지실까?라는 시조가 늘 입가에서 맴맴 돈다.
한밤중에 잠을 자려는데 카톡이 왔다.
"나 어떡하냐?
한번 대상포진에 걸리면 평생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며
밀가루. 커피, 삼겹살 그런 건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셔 ~ 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니.."
하며 하소연을 했다.
'죽는소리하는 줄 알았더니 이게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구나.' 하며
"의사 선생님이 겁줄라고 한 거 아니야?" 하니
"연구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약이 없대.
낫겠다고 약을 과하게 쓰면 사람이 먼저 죽는대..."
'대상포진이란 게 약도 없다니 절대 안정과 면역력을 키우는 일밖에 할 일이 없겠구나.. '
S가 너무 안 됐다.
"이상하게 계속 약을 먹어도 통증이 심해서 잠을 못 자고 날 샜어.
진통제 하루 2번 추가했어도 대상포진이 마구 활발하게 올라오느라 그렇다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래. 그러다 사그라든다니
시간이 약이겠지.."
S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고통이 수그러들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퇴원날짜를 세고 있었다.
잠이 확 깨면서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대상포진...?
'맞아 엄마도 걸렸었지... 얼마나 아프셨을까?'
20여 년 전 엄마가 아빠의 간암 요양을 위해 방콕에서 계실 때 일이 생각났다.
엄마가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그냥 통증이 아니라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하셨다.
들여다보니 가슴 위 부분에 오돌토돌한 좁쌀만 한 수포 같은 게 띠를 두른 것처럼 줄줄이 돋아나 있었다. 언뜻 봤을 때 가슴에 여드름이 난 것 같은 모양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너무 아프다 하셔서 바로 방콕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그때는 대상포진이란 병을 잘 알지도 못할 때였고 엄마는 진찰 후 약을 받아 오셔서 방에서 두문불출하셨다.
수시로 걱정이 되어 엄마 방을 들여다보고 했지만 엄마는 그리 호들갑을 떨지 않고 꾹 혼자 이겨내셨다.
"괜찮아. 약을 먹어서인지 조금씩 쑤시긴 해도 참을 만 해..."
라고 하시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도 이 정도 아픔이었을 텐데~ 엄마는 어떻게 참은 거지? '
엄마의 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그때 그 고통이 그리 심한 걸 알았더라면 입원을 시켜드렸어야 했는데.... 그저 단순히 뾰록지같은 거라 생각했다.
'의사도 엄마가 너무 아파하니까 아프지 않은 진통 마약제 같은 걸 쓴 건 아닐까?
아니면 방콕약에 신비한 뭔가가 들어있다고 엄마 스스로 안도감을 느낀 것이었을까?'
엄마는 일주일정도 누워계시다가 좋아지셔서 후로는 병원을 안 가도 될 만큼 쾌차하셨다.
그때 김치 사업으로 방콕 백화점에 배추김치를 하루에 1톤씩 납품할 낼 때이다. 온 식구가 그 일로 정신이 없었고 엄마를 잘 돌봐드릴 수가 없었다. 나라도 유심히 살폈어야 했는데 엄마가 좋아하시는 과일을 챙겨드리는 일밖에 한 기억이 없다.
엄마가 김치공장일로 새벽에 배추를 선별하는 장보기 일이 힘에 부쳤고 근력부족으로 면역력에 문제가 생긴 걸 딸이 몰랐다는 게 속이 상했다.
그때 나는 '엄마는 늘 강철 마징가제트'인 줄 알았다.
엄마는 손수 좋은 배추를 직접 고르셔야 직성이 풀리셨다.
더구나 엄마는 당뇨병, 고혈압 환자였는데 이런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질환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프지 말아야 한다'라며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참아 내셨을 것 같다.
외국에서 아프니 우리나라처럼 바로 집 근처 병원에서 진찰을 쉽게 받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엄마의 참음을 생각하니 다시 또 마음이 아프다.
며칠 뒤 금요일 오후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S의 퇴원 소식이다.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하며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아 3번의 척추 주사를 맞고 나니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대상포진이 얼마나 위력이 센 놈인지 알게 되었다.
퇴원해도 1달 보름정도는 통원치료 해야 하고 가끔씩 찌르는 통증이 있는데 두어 달에 한 번씩 척추신경을 다스리며 살아야 한다고 S는 대상포진 치료 박사가 다 되어가는 듯했다.
"절대 너는 조심해야 한다. 걸리면 안 돼!"
"그러게.... 무섭구나. 난 수년 전에 대상포진 예방 주사를 맞았어..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그래도 조심해야지."
의학이 발전하고 치료기술도 나날이 발전하지만 원인도 알지 못하는 병들이 늘어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고 한 어른들의 말씀을 새기며 12월을 건강체크하는 달로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