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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잡문집

느슨함의 힘

by 깡미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떤 글이라도 써내고 싶은데 텅 빈 화면에 끔뻑이는 커서를 들여다보기만 했어요. 요 몇 달 내내 글 쓰는 마음이 어려웠답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각설하고 왜 그런건가 했더니, 저 관심종자더라고요. 메인에 소개되고, 응원도 받고, 라이킷 순으로 요일별 연재 상단에 글이 랭킹 되어있으면 좋겠고, 책도 내보고싶은 여러가지 욕심이 컸어요. 그 욕심이 결국 저를 갉아먹은 거죠.


문단과 문장 하나하나 공들이며 생각한 대로 매끄럽게 나올 때까지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면서 심혈을 기울인 후에 결국 납득이 된 후에야 발행버튼을 누르는 행위 말고,

이제는 힘을 빼고, 쓰고 싶을 때를 적절히 찾아 대충 쓰고 싶습니다.


여기서 '대충'이라는 건 글의 구상과 맥락을 무시한 채 써내려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부분만 제대로 만지면 다른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다.'라는 느슨한 마음을 가지고 써야 될 글의 핵심을 간파하겠다는 목표의 재설정이라고나 할까요.


발행일을 디데이로 알리는 알람으로는 안되겠는지, 요즘 저의 관심사와 구독자와의 친밀감을 묻는 메세지에 화들짝 놀라 우뚝 솟아버린 제 승모근을 달래주려면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느슨하고 적당하게 써 올게요.




거참, 좀 기다려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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