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닳게 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다.

나를 소비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

by 까루

"지금까지 저에게 좋아한다'라는 말은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라는 말과 같았어요.

그래서 건축도 쓰러질 때까지 몰두했죠.


그렇게 온몸을 던지는 것은 결국

나를 소비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의식적으로 3~4시간씩만 그리려고 해요.


저를 닳게 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일본의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엔야 호나미의 인터뷰 글입니다.


이 글을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리가 띵 - 하며


불이 반짝 켜진 느낌이었어요,


저 역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말은,


그 일에 완전히 몰입해

나의 생각과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했고 …


돌이켜보면

그 일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순수했던 마음은

욕심이 되어 나를 낭비하게 하고


끝에 다다랐을 땐


나의 일을 찾았다는 기쁨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설렘과 용기


또 다른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잊힌 채,


욕심과 내가 바랐던 결과에 소비되어

지쳐버린 마음만이 남았던 듯합니다.


우리는,


과정보다 결과만을 우선시하는 세상 속,

일에 대한 의미와 기쁨을 찾기도 전에,


'순수히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조차도

떠올리기 어려운

참 슬픈 현실을 살아가며


나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방법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든 힘을 모아

낭비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선택에 뒤따르는 책임,

지켜보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에서요.


"무엇을 하든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단순히 일을 즐길 뿐 아니라,

과정에서 느끼는 희로애락과,


그 일에 임하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나를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나를 소비하는 과한 욕심은 내려두고

즐기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과 멀어지고


내가 나를 지키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비로소 그 노력이

나의 삶을 단단히 지켜줄 것을 믿으며.


나와 평생을 함께 할,

나를 닳게 하지 않는 사랑을 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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