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그런 날이 있다.
사소한 거 하나에 짜증이 잔뜩 나고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며
기분이 착 가라앉는 날.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지,
해야 할 일은 많지.
그리고 내 미래는 암담하지.
이런 날은 아무도 없는 곳에 올라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난 내 기분이 왜 이런지 정확히 알고 있다.
지금 난, 퇴사하고 뭐라도 해보겠다며 다이어트를 선언했으니까.
체중을 줄이려면 운동과 식단 관리가 필수다.
다이어트의 적은 탄수화물.
평소 먹던 것에서 음식량을 절반으로 줄이니
이 세상이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남들은 잘 빼는데 왜 나만 이리 더디게 빠지나.”
운동을 한 시간 이상 해보아도,
16시간 공복을 유지해도.
또 식사량을 줄여도.
남들은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다이어트는 내게만 불가능하니 참으로 미스터리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기분이 한없이 지하를 뚫고 내려가던 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너무나 화가 났다.
해서 저질렀다.
밥 한 공기와 삼분 카레를 뚝딱 해치우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언제 그렇게 우울했냐 싶게 내 마음을 뒤덮었던 흐린 구름이 싹 사라졌다.
무지개와 반짝이는 햇살이 내게로 내리쬐어지는 듯한 이 기분.
어쩌면 내 다이어트는 영원한 숙제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산뜻해진 기분으로 글이나 쓰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