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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n 22. 2023

청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서른다섯, 청년의 끄트머리에 선 사회사업가 이야기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나이 상한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취업·주거 지원 등 청년 정책의 대상자를 확대해 인구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청년 나이가 들쭉날쭉한 것은 물론, 만 49살까지 청년으로 분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는 청년 인구 감소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을 가려주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창원시는 14일 “창원시 청년 기본조례의 청년 나이 상한선을 개정해 현재 만 19~34살인 청년 나이를 내년 1월부터 만 19~39살로 조정한다.”라고 밝혔다. 조례 개정안이 적용되면 창원시 청년인구는 6만 2341명 늘어난다. (중략) 현행 청년기본법은 청년 나이를 19~34살로 정하면서, 동시에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 그에 따를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사정에 맞게 조례로 청년 나이를 정하고 있다.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 나이를 경남 산청군은 19~39살에서 19~49살로, 충북 괴산군은 15~39살에서 19~49살로, 전북 장수군은 15~39살에서 15~49살로 끌어올렸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청년 나이 상한선을 올리는 것이 인구 고령화 현상을 반영한 것은 맞지만 이것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미루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형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도 “나이로 구분하는 선택적 복지정책은 여기에서 제외되는 나이의 상대적 불만과 요구를 키울 수 있다. 당장은 지원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49살도 청년? 앞다퉈 청년 나이 끌어올리는 지자체들. 2023.05.15. 한겨레, 최상원 기자)


종합사회복지관 지역조직팀에서 5년째 근무하며 중년 여성들과 함께 하는 환경 주민모임 ‘가치쓰제이’, 스스로 이웃과 마을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 봉사단 ‘너나들이 봉사단’을 꾸려 함께 활동했습니다. ‘가치쓰제이’로 지역 주민이 주인 되어 활동하는 주민모임을 배웠고, ‘너나들이봉사단’으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에 활동하기 위해 주말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홉 시부터 여섯 시의 생체 리듬’을 깨기 위한 근력을 키웠습니다.


새로운 주민 모임은 서른다섯 살 청년 나이의 끄트머리에 선 담당 사회복지사 또래인 청년 이웃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지관을 찾는 대부분의 주민은 중년과 장년층의 여성분들 또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야간 당직 근무제도가 있어서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었던 시절에도 복지관에서 청년들은 헬스장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복지관은 중·고등학교 의무 봉사활동으로 청소 봉사활동을 했던 곳,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있어야 될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세대만큼이나 청년 세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로움’을 질병으로 보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사실은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23.6명을 기록했습니다. 10대부터 3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입니다. 40대부터는 암이 사망원인 1위였습니다. 앞에 인용한 뉴스에서 지자체의 청년 나이를 늘리면 ‘통계적’으로 청년의 사망원인 중 자살 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낮아진 청년 자살 사망률을 보고 누군가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렵습니다.  


산청군, 괴산군, 장수군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도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어르신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로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역 통계로 보면 20세~35세의 청년 인구는 약 1만 2천 명이 있다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거주지 이전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대학교로 진학해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생활하는 인원은 더 적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디에서 청년들을 만날 수 있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5년, 다섯 살 아이가 있어 퇴근하면 부랴부랴 유치원에 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집, 복지관, 집, 복지관을 반복하는 일상에서 또래의 일상을 묻고 나누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해놓은 사업과 프로그램의 회기 등으로 청년의 또래를 모집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사회사업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과의 이야기로 관계가 확장되고 그 주민에게 여쭙고 부탁하며 사회사업 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공공기관과 관계가 잘 되어있고 역사가 오래된 청년회나 방범 활동,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사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으로 보통의 관계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역의 청년들을 만나보려는 생각을 가졌을 때 마침 지역 축제에서 복지관 홍보 부스에서 우연히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들이 모여 참가비 없이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는 ‘수북’이라는 동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동아리가 만들어진지 제법 오래되었고,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책으로 풍성한 대화가 있는 책모임에서 그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저녁 시간을 온전히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에 남편 고향인 이곳으로 이사 온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다섯 살이 된 아이는 제법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료 사회복지사인 남편의 야근 횟수도 최근에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책모임에 가도 될까? 그날은 퇴근해서 저녁 내내 다미를 혼자 봐야 하는데 괜찮겠어?”


“하고 싶으면 해. 나는 괜찮아. 다미도 괜찮을 거야.”


모든 상황과 기회가 할 수 있다고, 가능할 것 같다고 응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사업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 1회 저녁 시간에 동아리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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