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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n 22. 2023

매주 수요일 7시, 가치쓰제이 2층에서 일어나는 일

책 모임에서 청년 만나기

지역 축제에서 우연히 알았던 책모임 ‘수북’은 정말 우연하게도 ‘가치쓰제이’의 2층이었습니다. ‘가치쓰제이’는 2019년 복지관에 입사하고 제가 처음 거들었던 주민모임으로  처음에는 느슨한 활동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환경 캠페인과 활동을 했습니다. 점차 관계가 깊어져 몇몇 주민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오래된 2층 주택을 개조해 지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열었습니다. 1층은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2층은 임대한 것까지는 알았는데 그 곳이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책을 읽는 ‘수북’의 모임 장소인줄은 몰랐습니다.

 

익숙한 건물 앞에 서서 낯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일은 사회복지사이지만 언제나 긴장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데 나무로 된 계단에서 발걸음이 유난히 더 크게 들렸습니다. 모임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머리 위로는 벌써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니 안녕!’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분명 처음 만난 얼굴들인데 아무렇지 않게 ‘안녕!’인사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서와! 혜미 맞지? 여긴 모두  반말로 얘기해. 편하게 이야기 하면 돼.”


미닫이문 하나 열었을 뿐인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책은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두꺼운 책 하나를 읽어낸 듯 후련하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일 하며 만난 사람, 다른 복지관 동료 외에 오랜만에 만나는 또래 사람이었습니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습니다.


수북 그 곳에서는 20세~35세의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제외한 어떠한 정보도 묻지 않으며, 밝히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지역과 성별, 직업, 개인의 취향 등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혐오 하는 발언은 하지 않습니다. 자기소개는 이름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취미 등을 이야기합니다. 회원은 기본 회원과 운영 회원 두 회원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운영 회원은 한 달에 한 권 읽 책을 선정하고, 책을 어떻게 읽을지 고민합니다. 책은 되도록 마을의 서점을 이용해 공동구매를 하며, 중고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환영합니다. 새로운 책을 읽는 첫 주에는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책을 선정한 이유와 간단한 책 소개합니다.  책은 보통 3주에 걸쳐 나눠 읽습니다.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기 보다는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일주일 동안 읽고 난 뒤 운영자가 책의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눕니다. ‘독서와 대화’의 활동은 변함없지만 매월 새로운 책을 읽기에 대화 내용도 새로워지고 풍성해집니다.


모임 시간은 수요일 저녁 7시. 책을 읽기 전에 서로 인사 나누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소비 생활을 이야기 하며 근황을 나눕니다. 모임은 저녁 9시 전후로 끝나고 때때로 시간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맥주 한 잔씩 합니다. 모임 이후에도 반말로 대화하며 직업과 나이 등을 모르기 때문에(또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취향과 취미, 여행과 일상의 경험 등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대화로 그 사람이 ‘무엇’하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어떤’사람 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모임이 없는 날에도 가끔 모여 마을 축제를 함께 구경하거나 자취방 이사를 돕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거들기도 합니다. ‘수북’은 책을 읽는 모임을 넘어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며 ‘나’에게 집중하고 이름만 알지만 다정한 친구가 많은 곳입니다.


의도적으로 주도적으로 기관 외부에서 네트워크를 맺도록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새롭게 뜻 맞는 사람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좋고, 여력이 없으면 이미 있는 좋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야 사회 변화를 파악하기 쉽고 이를 통해 다양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움이 있어야 비로소 응용, 융합해서 창의적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양원석, 「사회복지사의 네트워크」, 외부 네트워크의 필요성 내용 가운데)


새로운 사회사업을 궁리하거나 자극이 필요할 때, 사회사업가로 지역 소모임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민을 만나거나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주민을 모집할 때 지역 주민은 사회사업가에게 기관에 오시길 바라는 존재, 의도된 질문을 생각하게 되는 존재가 됩니다. 청년회와 같이 조직적이고 관과 긴밀한 연결이 있는 조직보다는 느슨한 지역 소모임에 가입해 내가 지역 주민이 되어 소모임에서 환대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면 고민했던 것이 의외로 쉽게 풀어지거나 또는 새로운 사회사업을 궁리하는 자극이 됩니다.


수북에 처음 참여했을 때 환대를 받으며 마음이 한결 놓였던 경험을 하며 주민을 만나고 함께할 때 그 ‘환대’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의도된 질문과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사하고 환대하는 과정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지역에 ‘수북’이라는 건강하고 좋은 청년 모임이 있다는 것과 일주일에 그 모임에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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