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을 겪으며 힘들다고 해야 하나 울화가 치미는 순간은 누군가의 '위로'였다.
그들에게는 그저 한마디를 건네는 거겠지만, 그들은 다자(多者)고 나는 혼자다.
그들이 각자 한 마디씩 건네는 거지만, 그 한마디가 열 명, 스무 명, 서른 명이면
나는 그 말을 되풀이해서 30번 넘게 들어야 하는 것이다.
위로의 패턴은 비슷하다.
"곧 생길 거야", "너에게도 아기 천사가 찾아올 거야",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처음엔 고마웠는데, 3년 차 난임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는
그러한 위로들이 미안하지만 '물린다.'
그들이 위로하는 '곧'은 도대체 언제이고,
그들이 믿는다는 그 일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모두가 나의 임신을 응원하는데,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하다.
모두가 진심으로 기도하는데,
나의 임신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어떤 화자가 이 말을 꺼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상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건넨 '축하'가 '위로'가 되어서 돌아올 때,
내가 이 되받아온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는 적이 많다.
평소,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말의 숨은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근데 난임을 겪으면서 옹졸해지는 내 마음 상태로 인해서
상대방이 웃으며 기쁘게 던진 공에 치명타를 입은 경우가 자주 있었다.
특히, 상대방의 임신을 축하했을 때
"너도 곧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 "내 기운을 받아가!!"라는 말을 할 때
나는 치명타를 입곤 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문제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그냥 조용히 하트를 누르고선 그 대화를 끝낸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난임의 가장 큰 문제는 '우울감'이다.
산후우울증, 산전우울증이라는 말은 근래 많이 알고 있지만,
난임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어떤 게 좋다더라, 그래서 그렇다더라
이래서 어쩌다더라 어떠한 많은 정보를 가져다주는데
요즘 유행하는 가사로 이 말들을 되받아치고 싶었다.
'그걸 내가 모를까? 그걸 정말 내가 모를까?'
난임에 관한 정보, 난임에 관한 이야기는
난임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어떤 게 임신에 좋은지, 어떠한 것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각자의 절박함으로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내가 자궁선근증을 앓고 있어서 이것이 난임과 문제가 있진 않을까 하여
전문의 선생님을 만났을 때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라는 말씀을 먼저 건네셨다.
그만큼, 목마른 자가 먼저 우물을 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을 수도 있겠다.
그냥 나는 '그냥 지나가면 된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어떠한 위로도 조언도 받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냥 누군가의 침묵이 필요한 시기도 있다.
주변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여 많은 말을 건네는 일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난임을 겪는 사람에게 이러한 말은 자양분이 아닌
응달을 주는 일이 된다.
그렇게 그늘이 깊어지면, 마음이 좀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무슨 말을 들어도 듣지 않는 철저히 닫힌 마음이 되어버리곤 한다.
나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고, 나만이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난임에 관한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게 되어버렸다.
누군가 던진 돌에 내가 맞아 죽고 싶지 않았고
이 좀 먹은 마음으로 인해 내가 잠겨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울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난임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의 화두, 나의 일상을 임신이나 난임에 관한 것에서
좀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애써 모르는 척하곤 했다.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 다독이고
육아가 힘들다고 올리는 친구들의 글을 당분간 보지 않고
내 아이가 이렇게 이쁘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의 글을 빠르게 넘겨보곤 했다.
진심 어린 위로와 격언을 할 때,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렸고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 '아이'에 관한 질문을 할 때는
혹여 누군가 나를 상처주진 않을까 경계를 하면서 대화를 하곤 한다.
난임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을 좀 먹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난임을 겪는 여성의 경우가 다양하고 성향도 다양하지만,
어쭙잖은 위로와 식상한 말들이 더욱 그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