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 빼고 임신이 잘 되는데?

by 지니쓰

저출산국가라고? 믿을 수 없다. 내 주변엔 온통 임신부들 뿐이고 내 인스타그램에는 각자의 2세 사진이 가득하다. 누구의 주니어 이름을 외우기에는 이제 지칠 정도로, 아는 지인의 아이들이 못해도 스무 명은 넘어가고 있다. 저출산국가라서 아이를 안 낳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구라 좀 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지인들은 모두 부모가 되었다.


30대 초반의 나의 또래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기혼과 미혼이다. 미혼도 물론 자체적으로 원해서 미혼으로 살아가는 친구들과 자타로 인해서 미혼으로 살아가는 친구로 구분된다. 기혼 역시도 부모가 된 이와 아이를 낳지 않은 채 살아가는, 두 사람이서 행복하게 지내는 기혼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후자인데 전자가 되고 싶은 축에 속한다. 이렇게 전자에 끼지 못한 사람들을 ‘난임부부’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삶은 연대가 있고 부모가 된 이들은 동지들로 묶여서 육아 동지로 끈끈히 살아간다. 딩크인 동지들 역시 험난한 세상 우리를 이해하는 서로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미혼은 이런 것들에 엮이거나 메이지 않고 각자 연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난임에 있어서 연대는 없다. 그래서 더욱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난임부부들의 연대는 아주 얕다고 해야 하나 쉽게 깨어버릴 수 있다. 누군가가 아이를 가지게 되어 난임을 탈피하게 되면 그 단계는 단절된다. 이미 난임으로 인해 날이 서 있을 대로 서 있는 난임여성에게 임신을 먼저 하여 난임을 탈피한 여성은 축하해야 할 대상, 선망해야 할 대상, 질투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임이라는 주제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들은 대다수 난임을 탈피하게 되면 인기가 사그라지게 되는 현상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난임을 겪는 나도 진심으로 임신을 축하해주고 싶다. 정말이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서 부러움, 질투, 울분, 분노, 절망 같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진심으로 축하하는 그런 고상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면 참 마음이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고 괴로워진다. 나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난임이란, 사람을 이렇게 옹졸해지고 볼품 없어지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흔히 말하는 임밍아웃은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고 SNS 피드에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부모가 될 때에, 내 차례는 오지 않았음에 분노하게 되고 이번에도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없음에 오열하게 된다. 마음을 고쳐먹어 보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동여매지만 그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나 역시도 ‘엄마’가 되고 싶고, 나도 육아의 고충과 임신의 고충에 대해 토로해보고 싶었는데 나만 빼고 모두 임신이 잘 되는 이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 이 시기에

나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외치는 이동휘의 대사 “왜 자꾸만 장사가 잘 되는데!!! “처럼 ”왜 자꾸만 임신이 잘되는데!!! “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을 머금으며 친구들에게 댓글을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기는데, 이때 돌아오는 답인 ‘00 이에게도 꼭 예쁜 아기천사가 찾아오길!’이라는 흔한 답변에 또 치명타를 입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곧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은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법도 알고, 이제는 스스로 좀 먹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덕에 가뿐히 넘기는 방법도 터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이야기가 화두가 될 때,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전하며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볼 때, 아이 못 낳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나는 작아지고 상처받기 싫어 나만의 소라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소라게가 되어버린다.


난임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 마음 다스리기 일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일어나는 이벤트, 임테기의 노예가 되어 일희일비하고 있는 나를 달래는 일,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나의 추한 모습을 바라보는 일, 내 분노와 슬픔과 좌절을 온전히 바라보는 일이 난임기간에 가장 큰 숙제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렇다 저렇다 친구들에게 떠들기도 미안하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지다 보니, 그저 스스로 동굴을 만들고 그곳에다가 외치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분노를 삭이는 것이다.


“ 왜! 나만! 빼고 모두 임신이 잘 되는데!!!!”

“나도!! 나도!!! 나도 임신이 되면 좋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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