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내친구 이뭉치
그렇게 2023년 3월 나의 뉴질랜드 이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반년 전에 만났던 나를 뭉치가 기억할지 걱정했는데,
뭉치는 내가 커다란 이민 가방을 들고 도착한 날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기억해 주었다.
마치, "잘 돌아왔어! 나랑 놀아줘 누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뭉치에게 있어 나는 이미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기만 하고
여기가 아직 '나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뭉치는 내게 '우리 집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민 가방을 킁킁 냄새도 맡고
내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뭉치는 내게
상견례 시즌처럼 사랑을 가득 주었다.
반려견이 주는 사랑과 감동의 순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 엄마가 되면 더욱 사랑을 많이 받는,
자신의 존재가 더욱 커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나 역시도, 뭉치에게 있어 내가 이러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묻고 싶은 나날들로 채워지는 날들이었다.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뭉치를 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지 않으며 단단히 존재한다.
아주 태산같이 말이다.
그걸 말이라도 해주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언니 내일 뭉치, 정기검진이에요~ "
아갓쉬의 말에 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뭉치가 어디가 아픈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는 글쎄
반려견들의 정기검진이 있다고 했다.
반려견은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정기검진을 받아야만 했다.
이것은 의무였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이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아가씨는
나와 남편에게 뭉치의 정기검진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게 뭉치 덕분에 난생처음 해외 동물병원 Vet에 가보게 되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래도 나에게는 언어가 전혀 문제가 없는 신랑이 있으니
소통의 문제는 한시름 덜었지만,)
이렇게 외국 생활이 이토록! 스파르타로 시작된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가는 줄 알고 신나서 내린 이뭉치는
동물병원에 들어가자 바로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뭉치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나 역시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동안 말해보카로 쌓아 올린 나의 영어실력을 평가할 시간인 것인가??'
'과연 오늘 나는 뭉치의 보호자로 평가받는 날인가?'
사실 두 가지 모두 해당사항이 없었으나,
나는 이 모든 경험이 처음이기에 긴장했다.
강아지 대기라인에 앉아있자니 새삼 낯설었다.
시골동네에서 자란 나는 동네에 수의사라고는 오직 그분뿐이었는데,
소, 돼지, 강아지 모두 그 수의사님이 봐주시기 때문에
이렇게 전문의가 있는 동물병원은 처음이었다.
강아지 대기라인이 따로 있는 것도 신기했고
고양이 대기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말, 양 전문의도 있다니
뉴질랜드에 오긴 왔구나 싶어 눈을 끔뻑거렸다.
그런 긴장감도 잠시 바로
'무치(moongchi)~'의 이름을 불렀다.
뭉치의 몸무게를 재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었다.
수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몸무게를 재야 했다.
뭉치는 3차 접종을 끝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첫 정기검진이었기에 변화된 몸무게를 보아야 했다.
*뉴질랜드는 강아지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는 강아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이 출생신고를 할 때 모든 강아지들은 작은 칩을 내장받는다.
등록신고를 하지 않으면, 1차 접종을 할 수 없고
접종되지 않은 강아지는 입양을 보낼 수 없기에
의무적으로 이러한 의료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그로부터 선생님이 기다리는
진료실로 나와 뭉치와 후니는 들어갔다.
나는 뭉치의 쳐진 귀처럼 긴장하고 들어갔다.
수의사선생님은 예상했던 데로 친절하셨으며,
직업만족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셨다.
그리고 뭉치의 몸무게 상태, 숨 쉬는 것, 이빨의 건강상태 등
기본적인 점검들과 함께 꼭 맞아야 하는 백신을 접종해 주셨다.
이 백신을 맞지 않은 강아지들은
일명 강아지유치원, 데이케어나 강아지 호텔을 보낼 수 없다.
백신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강아지 관련 서비스에
강아지를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가 된다.
한국에는 반려견을 위한
이런 제도가 없었기에 나는 생소하면서도,
이런 시스템이 무척 잘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선진국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뉴질랜드는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감상에 잠길 여력 따윈 없었다.
내겐 폭풍영어를 쏟아내는 두 원어민과
긴장해서 다리를 떠는 이뭉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뭉치가 매우 건강하다고 말해주셨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다.
뭉치에게 칭찬을 쏟아주시면서
백신을 잘 맞아낸 뭉치를 이뻐해 주셨다.
그리고 뭉치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주시며
내년 정기검진 날짜를 잡아주셨다.
그 밖에도 우리가 묻고 싶었던 질문들이나
생활에 있어 걱정되는 것들을 함께 물어봐도 좋다고 해주셨다.
약간의 질문 끝에 우리의 진료는 끝이 났다.
이제 끝이난 걸 아는 뭉치는 들어갈 때 와는 달리
진료실 문을 박차면서 용감하게 나왔다.
그 모습에 간호사 선생님들이 웃으셨고
긴장이 풀린 나도 후니도 함께 웃었다.
그렇게 뭉치와 함께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뉴질랜드의 생활과 반려견 제도는
내가 이민을 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