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찐찐찐 찐이야~슈나우저모임

part 1. 내 친구 이뭉치

by 지니쓰

슈나우저(Schnauzer)는 독일 강아지다.

슈나우저의 크기는 자이언트 슈나우저, 스탠더드 슈나우저, 미니어처 슈나우저 이렇게 나뉜다.

자이언트 슈나우저는 골든 레트리버만 한 크기, 그 보다 더 큰 크기의 슈나우저다.

스탠 다는 슈나우저는 우리나라 진돗개와 견주어 봤을 때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작다.

미니어처 슈나우저는 몰티즈, 푸들과 같은 크기로 매우 작고 아담하다.


그러나 우리 뭉치는 사이즈가 좀 애매했다.

강아지를 많이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 뭉치가 미니어처 슈나우저라고 하면

미니어처 슈나우저냐고 다시 반문했다.


강아지를 많이 키워 본 사람들은 뭉치가 키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뭉치는 미니어처 슈나우저 중에서도 키가 크다고 했다.

나중에 어머님께 들은 건데, 뭉치의 부견이 키가 컸다고..

난 뭉치가 혹시 스탠더드인데 미니어처로 알려진 것은 아닐까?

왜 우리 혈액형 잘못 알고 평생 사는 사람들처럼, 그런 것처럼

우리 뭉치는 스탠더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슈나우저 모임에 나가서 스탠더드를 보고 나니

골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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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우저 모임은 자조적인 동호회 같은 느낌이다.

매월 한 달에 한번, 슈나우저 모임이 열리고

모임장이 여기로 모이세요 하면 그 시간에 맞추어서

각자 슈나우저를 데리고 그 모임에 모이는 것이다.

회원비도 없고 출석에 의무도 없다.


그렇지만 많이 모일 때는 거의 30마리 가까이 모이고

적게 모이면 10-13마리 정도 모인다.

슈나우저 모임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모이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슈나우저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슈나우저는 3대 발랄견에 속하는데

슈나우저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든 슈나우저가 이렇게

에너제틱하다는 것을 쉬이 느낄 수 있다.


그냥 저기도 이뭉치, 여기도 이뭉치

저기도 슈나우저, 여기도 슈나우저다.

그게 스탠더드이건 미니어처이건 에너지는 모두 넘쳤다.

작은 슈나우저, 큰 슈나우저 중요하지 않고

모두 개성 넘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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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은 진짜 소위 말하는 '찐' 로컬 모임이었다.

그래서 주로 백인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참석하셨다.

모두 친절하셨고 모두 여유가 넘쳐 보이셨다.

그리고 모두 '찐' 원어민이었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대사를 쓴다는 '디즈니'의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정도가 내 영어 수준이었다.

만 4세에서 5세로 추정되는 영어 유치원생인 나는 이 모임에서도 무척이나 긴장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 모임에서도 나는 뭉치 덕분에, 수월하게 스며들 수 있었다.


그리고 뭉치와 친해진 것처럼

'간식'을 가지고서 슈나우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볐다.

물론 간식을 줄 때도 견주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강아지 간식을 고를 때도 견주들의 신념에 따라 갈렸고

어떤 강아지들은 건강을 위해서 고기나 지방이 많은 간식을 먹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아지의 이름을 물어보고 성별을 물어보고 나이를 물어보고

그렇게 원어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들은 유학원 다니고 어학원 다닐 시간에 나는 이렇게

뭉치 덕분에 산책으로 스몰토크하고 원어민 모임인 슈나우저 모임에 진출했다.


물론 내 든든한 백그라운드 원어민 키위 남매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이 넘쳤을 테지만

나는 새로운 소속감을 느끼며 슈나우저 모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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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뭉치가 행복해하는 것이 너무 기뻤다.

다른 모임이나 다른 것은 다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이 모임은 빠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매달 참석하였고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는 뭉치 이름을 외우시는 분들도 생겨났다.


우리도 지난달에 왔던 작은 강아지가 폭풍 성장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두 마리를 키우는 집은 어디 어디 있는지 강아지 이름을 외울 수도 있었다.

흰색 슈나우저도 있고 모히칸 한 슈나우저도 있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특별한 장소가 아닌 그냥 동네 공원에 모여

잔디밭에 앉아서 혹은 캠핑 의자를 들고 와서

자조 모임을 여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땅 떵어리 덕분인 듯'이란 생각을 속으로 많이 했다.

우리 조상님들이 부동산 사기를 당한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정말 많이 했었는데, 뉴질랜드의 대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아무래도 뉴질랜드의 넓은 국토와 한국의 국토를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삶을 누리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의 인구 밀도, 국토 면적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별, 참 슈나우저 모임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 그것이 나였지만,

아무튼 슈나우저 모임을 하면서 나는 분명한 소속감을 느꼈다.


그리고 뭉치의 에너지에 대한 걱정,

뭉치의 에너지로 인해서 산책할 때마다 다른 견종의 견주들이 놀랄 때의 반응과 고민을

슈나우저 모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로 넘길 수 있고

그러한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이미 그 무렵을 넘어간 견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슈나우저 모임에서 느끼는 '찐' 힐링이었다.


아마 조리원 동기 모임인 조동 모임, 용띠맘 모임 등

엄마들이 육아의 팁이나 고민을 들으려고 모이는 자조모임이

이런 것에서 발(發)했거나, 지속해서 생겨나는 것이 이런이유이지 않을까?

안도감, 동질감, 고민 해결 등 이런 것을 느낄만한

곳이 필요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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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우저 모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뭉치와 함께 놀 수 있는 다른 강아지를 입양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슈나우저들은 슈나우 저들끼리 함께 잘 노니까,

한 마리를 더 입양하라는 조언이었다.

특히 성별이 다르게 입양해야 좋다는 말을 해주셨다.


돌아보니 슈나우저 모임에서 슈나우저 1마리를 키우는 집은 뭉치네 집 밖에 없었다.

거의 두 마리, 많게는 세 마리씩 '슈나우저'만을 키우고 계셨다.

슈나우 저들끼리는 서로 에너지가 맞다 보니 슈나우 저들끼리 잘 놀기 때문이었다.

다른 견종을 입양하는 것도 좋으나

성격이나 노는 방식이 맞지 않으면 서로에게 좋지 않고 지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슈나우저를 한 마리 더 입양하라는 조언이 자자했다.


안티 강유 클럽에 들어섰던 나와 아갓쉬는

진지하게 둘째를 입양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뭉치에게 무엇이 더욱 좋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물론 우리가 뫼비우스의 띠 산책,

공 던지기 무한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기에

이 고민은 사뭇 진지했다.


뭉치는 10km를 걸어도 다시금 놀자고 달려왔고

거의 1시간을 집에서 숨바꼭질, 공 던지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터그 놀이를 해도 지치지 않았다.

물론 뭉치와 에너지를 맞추기 위해 네 발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뭉치가 내는 소리를 내며 비슷하게 놀아주기는 했지만,

뭉치의 에너지는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뭉치를 위해 또 다른 친구는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슈나우저 모임을 나갈수록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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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진지하게

둘째 입양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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