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왜 찾아왔나.
먹고 자는 게 제일 중요한데..
첫째 아이의 조산으로 내내 마음이 쓰여 그땐 멋모를 때라 8개월간 직수 모유수유 (젖병 없이)를 감행했다.
사실 미안한 것보다 귀차니즘이 심한 나라서 젖병을 삶고 소독하는 게 세상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안 그래도 잠 부족한데 그건 또 어찌함...? 다시 돌아보니 부모는 정말 모두 존경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신생아는 2-3시간마다 먹어재끼는 데 새벽+아침잠이 많은 내게 쪽잠자는 새벽에
잠결에 끓인 물에 식힌 물 섞어 온도 맞추고 분유 태워 먹이는 건 감히 상상불가였다.
솔직히 다시 돌아가서 하래도 난 분유 수유는 못할 것 같음..
아이가 청색증을 앓고 있어 모유수유가 쉽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의 코칭도 받고
마사지도 받으면서 나름 엄청 열심히 했었다. 수유 쿠션도 준비하고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밤낮없이 아이는 통 자질 못했다. 통잠은 고사하고 눕히는 면 깨는 탓에
계속 안아서 재우거나 배에 올려놓고 재웠다. 거의 6개월까지는 품에 끼고 잔듯하다.
수면교육을 하고 잠이 길어지거나 혼자 자는 버릇이 들었지만..(이 내용은 추후 연재할 예정)
원인을 찾아보니 모유는 분유보다 쉽게 배가 꺼지고 많이 먹지 못한다고 한다.
젖병처럼 아이가 빠는 만큼 쭉쭉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먹다 지쳐 잠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아이가 많이 먹지 못해 금방 배고파했고, 깊은 잠에 들지도 못했다.
나도 거의 반년을 하루 2시간을 연달아 자본적이 없었다. 매일 초 예민한 상태였고, 우울증은 더해만 갔다.
남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거의 폐인 마냥 살았겠지.. 고맙다 내 남편...
그런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아이가 4개월쯤 되었을 때 나는 허혈성 뇌경색 진단을 받은 그때처럼
심각한 두통과 함께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오는 느낌, 언어 장애가 왔던 그날처럼
혀가 말리는 듯한 느낌을 또 받았다.
당장 신경과를 갔고 MRI를 찍었다. 조영제 투여를 하면 3시간 정도 수유를 할 수 없다기에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충분히 하고 혹시 몰라 젖병에 유축을 해두었다.
지면으로 된 심리상담, 뇌신경검사와 손목터널증후군 검사등 각종 신경과적 검사를 마치고
친정아빠와 검사결과를 들으러 진료실로 들어갔다.
"네? 공황장애요? 그게 뭔데요? "
여기서 공황장애란,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으로 나는 PTSD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로 보인 다고 했다.
그래서 공황발작이 오면 뇌경색 발병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것 같다며.
그러니 모유수유는 이제 그만하고 치료 목적의 약 먹고 조금 천천히 쉬엄쉬엄 육아해보라는
신경과 과장님의 일장 연설과 함께 내린 진단과 말씀이었다.
근데, 참 말 안 듣는 나- 그 말을 거부하고 자리에 일어났다. 왜냐고?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아이와의 수유시간이 끔찍하게 힘들었지만 또 끔찍하게도 좋았다는 사실을.
내 품에 안긴 아이가 내 몸에 달린 것을 먹고 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는가?
그 순간만큼은 불안도 힘듦도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의 평화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
그때가 내 육아라이프의 유일한 행복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자 유대관계가 그것으로 형성되었던 것 같다. 아이가 마냥 예쁘진 않았거든..
그날 이후로도 난 무려 8개월간 모유수유를 이어가다 끊었다. 바로 연년생 둘째가 생긴 것!
사실, 둘째는 공황장애 판정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겼다. 뱃속에 지켜야 할 아이가 있으면 그 책임감(?)으로 불안감은 덜 하지 않을까 하는 내 욕심과 함께 주변에서 멋모를 때 낳고 키워야
엄마가 편하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성화에 못 이겨 속전속결 연년생을 품은 것도 이유다.
그러나 우리 금지옥엽 첫째, 젖병을 물어본 게 신생아 시절 잠깐이라 분유수유가 너무나 힘들었고,
그렇게 나는 뱃속에 둘째를 품어서도 모유수유를 했다.
물론 산부인과에서도 가능하다고 했고, 막달까지 수유하는 분도 계셨다했다.
엄마가 힘들지 않음 된다고.
근데 둘째의 조기진통이 왔다. 산부인과에서도 첫째의 조산 경험이 있었으니
모유수유는 이제 그만하라는 지시와 함께 내 찬란했던 모유수유는 막을 내렸다.
뱃속 둘째 4-5개월 무렵 , 즉 첫째의 생후 8개월까지.
'이건 다... 단지, 오로지 내 행복을 위해서였어'
사실 지금도 종종 공황발작은 찾아온다. 그러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예전보다 아주 많이 좋아지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건가?
어쨌든 많이 단단해지고 있는 나.. 그래도 분발해라!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