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7살 신혼부부 건축 사기 편 (上)
공간기록은
‘공간’과 ‘사람’ 사이의 의미를 찾습니다.
_ monologue
'공간기록'에 찾아온 주변 건축주님의 사연과
고민을 우리의 시선에서 담담히 기록합니다.
악덕 시공사와의 인연, 만삭의 몸으로 법원에 다니던
27살 신혼부부의 집 이야기
사랑을 꿈꾸며 시작한 신혼의 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 누가 알았을까. 벌써 7년 전 일이다. 2017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뜨거운 것은 신혼부부의 절망과 분노였다. 오늘 사건은 전원주택 사기를 두 번이나 당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다. 이 신혼부부는 첫 번째 시공사에게 사기를 당한 후, 어렵게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또 다른 시공사에게 사기를 당했다. 건축 상담 현장에서 사건의 전개를 상담하며 두 눈에 비친 그들의 슬픔과 고단함을 지금도 쉽게 잊을 수 없다.
당시 27살이었던 건축주 부부는 결혼 선물로 부모님께 조그마한 땅에 지어진 농가주택(시골집)을 선물 받았다. 이들에게 이 집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꿈에 부풀어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모님에게 한 시공업자가 접근해 왔다. 그는 자신이 수십 채의 집을 지은 전문가라며, 다른 곳보다 싸게 잘해주겠다고 장담했다.
어쩌다 공사가 시작됐을까, 아픈 기억일까 싶어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황당스럽게도 본인도 모르게 얼결에 공사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고 했다. 공사 시작 전 부부는 꾸준히 계약서와 견적서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시공업자의 대답은 ‘아는 사람끼리 신뢰로 믿고 가는 거죠~’라는 말뿐이었다고. 공사 중에도 계약서와 견적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저야말로 못된 건축주를 만나서 두 번이나 실형(감옥)을 살았어요~’, ‘건축일을 하면 나쁜 건축주를 만나 한두 번은 감옥 갔다 와요~’ 등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로 상황을 모면한 듯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계약서 쓰자고 건축주가 사정사정을 해도 안 써주는 게 맞나?
결국 계약서는 천천히 써주겠다는 말뿐인 약속으로, 아니 거짓말로 공사는 막무가내로 진행됐다. 도면이 없으니 당연히 어떤 자재를 어디에 어떻게 얼마큼 쓰겠다는 계획도 없었고 누구나 예상했듯 공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했다. 공사 단계를 거치며 돈은 돈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공사의 키는 시공업자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부부는 뭐라 말 한마디 떳떳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집 공사가 정상적으로 끝나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 싶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터져버렸다. 시공업자가 돈은 받아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공사를 진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정별 작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말 악질적인 시공업자였다. 하지만 더욱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은 그 시공업자가 서류상으로는 ‘시공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계약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공사의 모든 책임과 발생되는 산재, 사고 등 고용 관련된 책임은 고스란히 건축주인 부부에게 돌아갔다. 시공업자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동시에 ‘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인근 지역에 같은 수법에 당한 몇 개의 현장이 더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부는 다른 현장 건축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그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공업자는 본인 주머니에 돈을 넣을 대로 넣으면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공사비를 돌려 막기하며 폭탄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사건이 터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이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건축주님은 그동안 매일같이 현장에 방문해서 잘 봐달라고, 튼튼하게 지어달라고 그 시공업자와 현장 작업자분들 식사 준비하고 간식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악질의 시공사와의 인연은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갈 집의 꿈이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참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축주부부는 그 지역에 또 다른 피해를 본 건축주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만삭의 몸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법원을 다니면서 고생하셨을 건축주님의 마음고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재판이 끝나고 나온 결과는 실형 8개월이었다. 그사이 아이가 태어나고 둘째가 생기면서 부부는 집을 증축하기 위해 새로운 시공자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뒤에 더 한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서 2편에 작성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업자가 더 악질이었고
결국 이 건물은 불법건축물로 신고당해 안방과 주방, 거실 등 건물을 잘라내야 했다.
건축업자들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피해사례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건축업계에 종사하며 죄송하고 안쓰러운 마음이다. 이번 사례처럼 매우 억울하고 분노에 찰 수 밖에 없는 일을 경험하는 건축주분들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시공사 선택 기준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번째. 필수자격확인
종합건설면허(5,000만원 이하의 공사)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공업체를 선택할 때에는 해당 업체의 종합면허와 건축사자격증 등 기본적인 정보를 요구하자. 말을 둘러대거나 없는 경우 다른 업체를 찾는 것이 바람직 하다.
두번째. 명확한 견적서와 도안
견적서와 도면은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추가 비용은 디자인이 변경될 때에만 발생해야 하며, 시공 전에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착공이 시작되면 인테리어 제안서와 시공도를 체크하고, 도면대로 시공되는지, 실수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번째. 여러업체와의 비교
여러 업체의 내역서와 견적서를 비교하여 금액이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본인의 예산에 가까운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평단가로만 이야기하는 업체는 가급적 지양하는게 좋다.
네번째. 특약사항 기입 및 이행지체 상금 확인
선급금이행보증, 하자이행보증 등 특약사항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입하고 발급받아야 한다. 이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또한 계약서에 이행지체상금이 표기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공사 지연 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섯째.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반드시 시공사에서 지급해야 한다. 건축주에게 보험료를 요구하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
여섯째. 사무실 방문
업체의 사무실을 꼭 방문하여, 건축주가 느끼는 느낌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이는 업체의 신뢰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곱째. 과도한 계약금 요구 주의
작업이나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과도한 계약금을 요구하는 업체는 지양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재정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여덟째. 기업이윤 명시 확인
견적서에 기업이윤이 명시되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방지할 수 있다.
공간기록은
건강한 건축문화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