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낑깡 Feb 22. 2022

영원을 꿈꾸는 일

선우정아의 백년해로를 듣고


영원을 꿈꾸는 일

w.낑깡



  나의 어머니는 내내 아프다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2주전은 거의 의식이 없으셨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를 찾으셨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아버지 계시냐고. 아버지랑 혼자 있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어머니를 두고 가족들은 나가 있을 수 없었기에, 그저 숨만 죽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여기 나 혼자있소. 하고 대답했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소녀처럼 웃었다. 오래간만에 단 둘이 있는 것 같다며.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내내 주문처럼 말하시다가, 문득 말을 끊고 이야기하셨다. 정말 무리한 부탁인 것 아는데, 영영 나만 사랑해주면 안될까요?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가 뭐라고 대답했지. 그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노래를 듣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불가능할 줄 아는 영원을 꿈꾸는 일은 얼마나 잔혹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함께하고 싶은 그 마음은 얼마나 숭고한지. 나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 마음 앞에서 조용히 울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아버지도 어머니를 많이 사랑하시구나. 그래서 내가 존재하는 구나.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잊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평상시에는 감쪽같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면서, 술에 취해서만은 어머니 이야기를 꼭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커다란 사랑이 감사하면서도 무섭다. 당신의 사랑이 어머니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을지를 늘 염려하신다. 어머니를 잃은 지 별로 안되었던 나는, 제법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나는, 아버지의 사랑이 영영 어머니에게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아버지가, 잊냐고. 절절한 어머니의 말을 듣고도 어떻게….


  지금의 나는 안다. 아버지는 영영 어머니를 잊을 수 없다. 잃었지만, 잊을 순 없다. 어머니는 내내 아버지의 마음 한 쪽에서 살아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가 또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음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님을 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원을 꿈꿨고, 영원할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당신의 바램대로 아버지가 마지막 사랑으로 남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사랑은 어머니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영원함을 믿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아버지는 내내 지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아버지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아버지가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면, 만약 그런다면 솔직한 심정으로는 조금 복잡한 감정이겠지만, 그래도 이전만큼 싫진 않다. 아버지 또한 어머니와 영원을 약속할 만큼 절절하게 사랑했음을 알았으니까.


  영원을 약속하는 그 마음, 그게 사랑일까. 불가능한 것이 가능했으면 좋겠는 그 마음이 사랑일까. 떠나는 날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떠나고 싶다. 나는 겁쟁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힘이 든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그 누구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겁쟁이가 되었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런 삶을 꿈꾼다.


  영원. 영원하지 않아 가치있음을 알지만, 나는 영원의 가치 또한 안다. 어머니와 아버지만의 영원도 안다. 그걸로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힘껏 도망칠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