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낑깡 Feb 28. 2022

눈을 뭉치듯, 사랑을 뭉치길

정승환의 눈사람을 듣고


눈을 뭉치듯, 사랑을 뭉치길

w. 낑깡




  사랑의 정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극 <산책하는 침략자>를 보고 와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종종 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랑은 뭐라고 생각해?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이란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 걸까. 그러다, 문득 애인에게 자신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사랑은 정의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 순간 사랑에도 정의가 필요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랑을 노래하는 음악을 듣고, 사랑 이야기를 읽고, 보았다. 사랑이 명징해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졌다.


  그때, 듣고 있던 플레이 리스트에서 내가 사랑하는 정승환의 '눈사람'이 흘러나왔다. 사랑이란 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하고 사소한 눈송이, 눈송이를 모아 눈 뭉치로 만드는 것. 그 눈 뭉치는 어떤 사람이 만드냐에 따라 모양도, 단단함도 다르겠지. 눈사람을 만들 때, 안에 돌을 넣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사람, 장갑을 끼고 반듯하게 만드는 사람,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삐뚜름하게 만드는 사람….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겠지.


  이 노래 속 사랑은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그다음 말은 이젠 내가 해줄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둘게요'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다.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 다음으로 따르는 말. 그 말이 사랑이겠지. 설령 나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대의 행복을 바라 줄 수 있는 그 마음. 그 마음이 사랑이겠지.


  나는, 사소한 것을 나누고 싶은 사이가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눈사람을 함께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함께 하고 눈사람을 이루는 눈 한 송이, 한 송이를 궁금해하는 것. 같이 추위를 공유하며, 눈사람 안 깊숙한 것까지 함께 나눌 사람. 그런 사람을 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감히 알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들과 이 생각을 나누고 싶다. 다른 사람이 정의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상상해보며 문득 행복해진 하루.











눈을 뭉치듯, 사랑을 뭉치길

눈을 뭉치듯, 사랑을


매거진의 이전글 잔인할 만큼 순수했던 시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