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커가 알려준 사실
새해에는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원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오는 날이 있다.
작년은 떠나가고, 내년이 오는 순간.
매년 반복되는 하루지만, 특별한 그날.
바로 1월 1일.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며
습관처럼 3일 동안만 지킬 다짐도 몇 가지를 해봤다.
예년과 달리 이번 1월은 그래도 좋았다.
새해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좋은 날들이 계속되던 중, 삼겹살을 먹은 날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삼겹살을 먹을 때면,
이상하게도 오돌뼈가 있는 부분은 항상 내 몫이었다.
그날에도 어김없이
오돌뼈는 내 앞에 한 치 양보 없이 쌓여져 있었고,
그 많던 오돌뼈를 오독오독 맛있게 먹고 집에 왔다.
고기가 부족했던 걸까,
허기를 채우기 위해 소파에 앉아 하얀 크래커를 까먹었다.
딱딱했던 오돌뼈와 달리 하얀 크래커는 바삭했었다.
문제는
하얀 크래커를 바삭 씹을 때,
하얗던 내 이도 바삭했던 것이다.
평생 오돌뼈를 씹어 온, 내 이가 바삭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다.
하- 참..
이가 깨져버리니 불편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이가 없으니 허전했다.
오돌뼈가 아니라 고작 크래커에 깨졌다는 사실도 속상했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갔다.
이가 안에서부터 썩었네요.
약해져서 깨졌을 거예요.
썩은 부위를 치료하고 크라운을 씌워야 해요.
마취를 하고 썩은 부분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마취를 했지만 신경에 닿으면 아플 수 있다고
아프면 손을 들고 얘기하라고 했다.
입도 얼얼한 게 마취를 했으니 걱정 없겠다 싶어,
입을 양껏 벌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웬걸
갈고리 같은 것으로 긁어내고
드릴 같은 것으로 파 내려가고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얼마나 깊게 썩었는지
드릴 같은 그것은 내 맘도 모르고 계속 이를 파고 내려갔다.
그러다 신경에 가까워진 건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참을만해서 참았다.
신경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통증이 심해졌지만,
이제 다 끝났겠지 기대하며 참았다.
그러다가 너무 아픈 때가 와서 손을 들었다.
선생님 참을 만큼 아프면 참아야 돼요?
마취를 했는데 생각보다 아프네요.
- 아니요. 아프면 참지 말고 얘기해야 돼요.
마취를 조금 더 해드릴게요.
마취를 더 하고 나니 고통이 줄었다.
진작 말할걸.
탄식하다 보니
새삼스레 생각이 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을.
아플 때는 손을 들고
아프다고 말을 해주세요.
그래야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