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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떨어지러 가는 길-1

그만 떨어지고 싶어

by 끼리

그런 때가 있기 마련이다.

자꾸만 떨어질 때.


수많은 시험에도 떨어지고

많고 많은 회사에도,

심지어 누군가에게도 차여

자꾸만 떨어질 때가 있다.


물론,

떨어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나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나를 떨어뜨렸다.


세상이 날 떨어뜨리는 것만 같았다.

사방이 절벽인 양, 날카롭게 깎여져

꼼짝만 하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꼼짝하기 조차 무서워지니,

조금씩 화가 났다.


더 이상 떨어지긴 정말로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세상이 날 떨어뜨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떨어지고 말자고.


가자, 떨어지러


동행할 친구를 한 명 찾았다.

그리고

떨어질 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

떠났다.


계단을 한 칸씩 오를수록

단단했던 바닥과도 한 칸씩 멀어졌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주섬주섬 떨어질 준비를 마쳤다.

친구를 보고 작게나마 웃어이며 말했다.


먼저 갈게


고단하게 올라온 만큼 멀어졌을 바닥을 보았다.

잠깐 계단을 올라왔다고 생각했지만

세월만큼이나 아득하게 보였다.


쿵쾅거리는 가슴 때문인지

들거리는 다리 때문인지

헤퍼져 버린 숨을 가다듬으려

크게 숨을 쉬고는 속으로 속삭였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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