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선(鐵船)이 나를 부를 때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철선(鐵船)이 나를 부를 때



오가는 출퇴근길 상수리나무 아래

늙은 철선 하나

성심원의 전설을 한가득 실은 채

꿈으로 출렁이는가


마을의 한센인 한 분. 한 분.

그 누구도 되돌아오지 않는

강 건네주고

곰팡이 핀 침묵으로 남은 이여


심장 다시 뛰놀고

눈물 흩뿌려야 하건만

추억으로 가는 길목 헤매이다

골다공증을 배워버린 몸


붉은 각질만이 들끓는 그의 면전

할 말이 너무 많아 말문이 막힌 이여

말의 타래를 찾느라 바람을 헤집는구나


언제일까

헝클어진 머리 뒤로 묶고 다정하게 속삭일 날

그의 목소리가

굳어버린 시간 뜨겁게 열어젖힐 날

축제와 같은 기쁨으로 물살 가르며 춤출 날


한 송이 꽃으로 붉게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그늘 아래

'여보게, 잠깐 내 말 좀 들어보게나'

하고 불러 세울 그날까지

나는 어슬렁거리리

비틀거리며 오가리





**철선 : 한때 경호강으로 인해 육지 속의 섬이었던 성심원을 세상과 연결해 주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성심교가 놓인 이후 배는 그늘 아래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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