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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y 25. 2024

대구 율하천을 걸으며

앙(仰) 이목구심서Ⅱ-42


직장에서 대구로 MT를 왔다.

대구는 기상예보처럼 초여름이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으니 개의치 않는다.

예정된 안심마을 탐방을 끝내고 오후에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는 율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이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꽃이 언뜻 무더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곧장 하천으로 향했다.

금계국이다.

꽃은 하천 양쪽의 비탈진 부분을 다 덮고도 모자라 도로까지 넘쳐나고 있었다.

일 미터 남짓 넓이의 물이 잔잔히 흐르고 양쪽 칠팔 미터 정도의 경사진 면이 꽃으로 도배되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천이 꽃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려는 모습일 것이다.

꽃대 하나하나의 흔들거림이 도저한 물결을 이루며 출렁거린다.

흡사 금빛 양탄자 두루마리를 물길을 따라 길게 펼쳐 놓은 것 같다.

인공으로 조성된 꽃이지만 금계국의 군무는 경탄스럽다.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여 뒤적거려도 마땅한 형용사를 찾지 못하겠다.

길동무가 툭 던진 말처럼 여름꽃은 깨끗하다.

무더위에 불순물이 정제되어 더 순수해지는 쇳물처럼

더러움이 걸러지고 정화된 꽃잎만이 남아 웃고 있다.

봄꽃은 울긋불긋 화려하지만 색이 그만큼 순수하지는 않다.

성깔이 조급한 편이어서 서둘러 지고 만다.

그러나 여름꽃인 금계국을 보라.

황금색 물감에 담갔다가 막 꺼낸 듯 꽃잎은 샛노랗다.

선명한 금빛이다.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어 열정적이다.


꽃길을 걷는 내내 일어선 해일처럼 향기가 밀려든다.

온몸이 향기에 젖어 속마음까지 축축하다.

꿀벌들이 이 꽃, 저 꽃을 오가느라 바쁘다.

나의 후각은 꿀벌처럼 향기를 빨아들인다.

계곡의 바람이 자주 꽃향기를 몽땅 마셔버리기도 하지만 잠시 후면 꽃내음은 다시 내 차지가 된다.

다 마시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게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하천은 꽃으로 충만하다.

나는 이 장관의 심연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간다.

꽃길을 걷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리라.

환하게 웃어대는 금계국의 바다에서 어찌 얼굴을 구기리.

환영과 환대로 다가오는 꽃의 향연에 몸을 맡겨본다.

잔치에 초대받았으니 즐기고 흥겨워하리라.

오늘 지금이 행복한 시간이니 꽃처럼 웃어봐야지.

눈동자를 가득 채운 꽃들이 가슴을 채우고, 수 없이 평범한 미래를 채우도록 하나하나 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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