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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y 27. 2024

부엉이 바위

앙(仰) 이목구심서Ⅱ-43


MT 이틀째는 김해 봉하마을에 왔다.

故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들른 후 묘지석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였다.

인사를 드린 후 돌아서려는 데 봉화산이 이런 우리를 빤히 내려다보고 다.

나는 산 또한 궁금해졌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귀가 시간 때문에 서둘러야 해서 처음엔 계단을 두 개씩 건너며 올랐다.

얼마 후 산 정상과 부엉이 바위, 양쪽으로 길이 갈라진다.

잠시 고민하다가 부엉이 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초행이어서 어딘지 모른 채다.

왼편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낮게 우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부우 엉, 부우 엉--'

몇 번의 울음소리가 나더니 이내 멈춘다.

어서 오라는 초대 왠지 모르게 구슬픈 목소리다.

한참을 산 깊숙이 들어갔다가 인적이 드물어지는 게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섰다.

내려오다 보니 발걸음이 다져진 샛길이 보인다

'아, 이곳이구나'

별다른 안내표지도 없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다.

주위엔 군사 시설물처럼 세 겹으로 철조망을 쳐놓아 접근을 막고 있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또 발생할까 봐 막아놓은 것이리라.

실제로 그날 이후 사건이 많이 발생하여 막아놓았다고 한다.

산중턱에 베란다처럼 너댓 평 정도의 평지가 보이고 그 끝에선 바위가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바위 틈새에 부엉이들이 살고 있어서 부엉이 바위라고 불린다.

바위 끝에서 직강하하는 이 낭떠러지는 백이십 미터 정도의 높이라고 한다.

철조망 밖에서 보기에도 바위 앞의 허공이 현기증 나도록 아찔해진다.

도무지 서 있지를 못하겠다.


철조망 아래엔 국화꽃 세 송이가 놓여 안타까운 마음 야위어가고 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비극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대통령의 손때가 묻어있는 여기 나무와 흙은 그날의 유일한 목격자들이다.

바위는 최후의 눈물을 받아냈으며 따뜻한 체온을 기억하고 있다.

꺼져가는 심장의 고동도 깊숙이 새겨 놓았으리라.


마침 어제가 기일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나라는 어떤가.

더 성숙해졌는가.

도약을 위해 잠시 움츠리는 건가.


렇게 부엉이 바위를 보며 한동안 앉아있다.

산과 나무는 여전한데 오가는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흐르는 시간처럼 생명도 바람처럼 왔다가 사그라진다.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으려 빠른 걸음으로 하산한다.

아래에서 보니 부엉이 바위가 소나무 몇 그루로 흉측한 제 몸을 가려 상반신만 드러내 보인다.

이는 바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내려다고 다.

승합차에 올라타 돌아오는 내내 바위의 묵직한 시선이 뒤통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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