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시간 있으세요
아버지의 다이어트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Aug 25. 2024
아래로
#
아버지의 다이어트
아버지는 며칠 째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깨끗한 물 몇 모금만으로
가벼워지셨다
늦가을 느티나무 잎사귀처럼
길섶에서 뼈를 부비며 신음하는 억새처럼
몸 안의 찌꺼기, 당신 것이 아닌 이물들
독하게 도려내었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새벽
물안개에 몸 실어 훨훨 날아가셨다
몇 날 밤 서리병아리처럼 흐느꼈으나
나의 가슴은 되려 가뿐했다
언젠가 나도 아버지처럼
가벼워지는 날
있겠다
그런데 오늘 저녁 식탁
한 공기의 밥과 국 모조리 비웠다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
무거워 날지 못하고 떨어지는 꿈 꾼다
이런 날 보고 아들놈은 뭐라 말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
가벼움은 나의
유산
이므로
keyword
저녁
아버지
다이어트
4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강경재
소속
산청성심원
직업
시인
시와 에세이를 씁니다. 한센인의 보금자리, 산청 성심원에 살면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팔로워
336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삶이란
아버지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