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다이어트
아버지는 며칠 째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깨끗한 물 몇 모금만으로
가벼워지셨다
늦가을 느티나무 잎사귀처럼
길섶에서 뼈를 부비며 신음하는 억새처럼
몸 안의 찌꺼기, 당신 것이 아닌 이물들
독하게 도려내었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새벽
물안개에 몸 실어 훨훨 날아가셨다
몇 날 밤 서리병아리처럼 흐느꼈으나
나의 가슴은 되려 가뿐했다
언젠가 나도 아버지처럼
가벼워지는 날 있겠다
그런데 오늘 저녁 식탁
한 공기의 밥과 국 모조리 비웠다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
무거워 날지 못하고 떨어지는 꿈 꾼다
이런 날 보고 아들놈은 뭐라 말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가벼움은 나의 유산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