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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r 29. 2023

앙(仰) 이목구심서 12

고양이 쥐 잡기

외출하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주차를 하려는데 텃밭가에 고양이가 가만히 앉아있다.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앞발을 펴서 모은 채 고개를 들어 앞을 보고 있다.
뭘 하는지 보니 덤블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냥이는 잠깐 내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그곳에 주목한다.
'쥐를 잡으려고 하는구나'
나도 한동안 멀찍이 서서 태양을 등진 사냥꾼을 바라본다.

고양이는 쥐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고양이가 쥐를 사냥할 때면 전광석화와 같이 화려한 동작을 하리라 상상한다. 멋지고 용감하게 달려가 단번에 쥐를 제압해 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저 냥이는 얼마 동안을 저러고 있었을까. 쥐구멍 앞에 앉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라니...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지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의 기다림에 나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꿈쩍도 않고 그대로 있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단순하고 무식하게 성공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결국은 쥐를 잡고야 말 것이다.

고양이의 성공은 끝을 모르는 기다림의 결과다.
한 곳 만을 바라보는 몰두의 열매다.
결국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에서 승부가 날 것이다. 

어쩌면 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얼마 후 다시 밖을 기웃거리리라. 이때 대기하고 있던 냥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텃밭에 와 보니 냥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쥐도 마찬가지....
나는 그들을 찾지 않고 발길을 돌린다.
기다림의 승리, 몰두의 승리, 잘 참는 자의 승리를 오늘은 확신했으므로.


그리고 하루의 창문을 닫아걸기까지 내내 묻는다.

'나는 고양이인가,  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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