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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r 30. 2023

앙(仰) 이목구심서 13

되돌아온 여학생


막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근처 차 없는 거리에 다.

갑자기 아내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대로변의 식당에 들어갔다.


몇몇 손님들이 이미 있었고, 밖으로 난 진열대에는 길가에 서서 주문하거나 시식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식당 내부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부모와 아들, 이렇게 셋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 단란해 보였다.

우린 벽으로 붙은 좁은 탁자에 앉자마자 떡볶이와 순대를 주문했다.

합이 9,000원이었다.

곧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오랜만에 둘이 세상살이를 안주 삼아 먹기 시작했다.


그때쯤 밖에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한 손님이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그리고 얼마 후 포장된 음식을 받아 든 그 학생이 계산을 하고 거리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와 관계없이 지나가는 손님일 뿐인 완전한 타자였기에 그 학생을 어렴풋이라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린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여학생이 다시 돌아와 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아저씨, 이거 계산이 잘못됐어요. 영수증에 칠천 원이 계산됐던데 제가 주문한 것을 더하면 팔천 원이 되어야 하거든요."

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들어보니 천 원이 덜 계산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온 것이다.

순간 나는 "아~!"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뱉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학생을 보았다.

미안함인지, 난감함인지 주인 아들은 재빨리

"아~, 괜찮습니다. 오늘은 그냥 가십시오. 다음에는 제값을 받겠습니다."

하고 말하니 여학생은 오히려

"고맙습니다"

하며 다시 되돌아간다.


이를 지켜본 주인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착한 아가씨네. 요즘 세상에~ 참 고맙네"

우리 부부 또한 작은 감동으로 속이 더 따뜻해졌다.

곳곳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더구나 젊은 학생이어서 우리의 내일이 밝다는 생각도 들어 흐뭇했다.

나라면 계산을 잘못한 주인의 실수를 비웃고, 오히려 기뻐하며 그대로 가버렸을 것이다.

푼돈이지만 천 원을 아끼게 됐다며 기분 좋아했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 학생보다 절대 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마음이 깨끗하고, 선을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이 있어 오늘이라는 세상이 기름칠한 수레바퀴처럼 순조롭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선하고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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