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해금산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그 옛날 말을 타고 온 한 사나이*
금산에서 왕조의 싹을 틔웠다지

오늘 그 푸른 바다, 들끓는 그 윤슬
바위에 새겨진 파도의 발자국들

그대는 무엇을 세우려 여기에 왔는가
바람은 손톱을 세우며 묻는다

'건국, 건국이요'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바다도 하늘도 파랗게 질린 얼굴이다

뿔뿔이 흩어진 나를, 바람에 휘둘리는 나를,
세운다는 건 다짐이자 절규다

겨울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섬들처럼
수십억 년 남해금산을 머리에 이고도 침묵하는 바다처럼

갈라진 상처를 어루만지는 독경의 비단 위에
나의 '건국'을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계절이 쉼 없이 달려와 멈춰 선 곳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곳에서

모반은 나의 것, 혁명은 나의 것
나머진 바람의 손에 바다의 혀에 맡기리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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