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날씨

앙(仰) 이목구심서Ⅲ -20

by 강경재

직장 생활하다 보면 때때로 그런 때 있다.

나는 일이 계속되는데 동료들은 딴청을 피운다.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땀 흘리며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는데 저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비록 각자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지만 유독 나만 힘든 것 같은 때 있다.

이런 느낌이 들 때면 괜스레 화가 난다.

속에서 불꽃이 살아나고 그 매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이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한숨을 내쉬거나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똑같이 월급 받고 일하면서 누구는 쉽게 돈을 벌어가는 것 같다.

이건 부당하고 공정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이를 말하지 못하는 나다.

왜 도와주지 않고 수다만 떨고 있냐고 말하지 못한다.

나이 먹고 속까지 좁은 꼰대라고 여길까 봐 두려워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다.

얼굴은 붉게 물들고 근육이 경직되어 간다.

세포들의 머리에 뿔이 돋아나고 이를 마구 휘젓는다.

몸은 열에 들뜨지만 마음의 계절은 한 겨울이다.


일에 대한 오지랖이 넓어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가.

안경을 쓰고 있어 일거리가 눈에 잘 들어오는 건가 하는 유치한 생각도 해본다.

일 같은 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면 될 텐데 말이다.

어차피 오늘을 넘기면 다른 누군가가 해낼 일이다.

돌아서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일을 무시하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불안해진다.

찬바람 으르렁대는 중앙시장 거리에서 호떡을 먹고는 그냥 돌아와 버린 것 같아 내내 찜찜해한다.

결국 내 안의 착한 아이가 일어나 그 일을 해버리고 만다.

육체는 힘들어지고 내 감정의 하늘은 더욱 메말라가고 탁해진다.


원망스럽게도 일은 끝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밤낮처럼 일의 줄기 하나를 걷어내면 숨어있던 줄기가 다시 몸을 일으킨다.

이렇게 가다간 먼저 지쳐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중독처럼 일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오랫동안 분노는 꽃처럼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 자신과 타협을 보았다.

언제까지 이런 불편한 감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긴 싫었다.

그래서 해결책을, 나름의 출구를 찾았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하여,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다.

타인을 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자 생각한다.

일꾼이 아침에 시작했던, 한낮에 시작했던, 해 질 녘에 시작했던지 간에 똑같이 하루치 품삯을 준다는 성서의 말씀을 기억한다.


나 또한 하루 일당 수준에 합당한 만큼의 일을 하면 된다.

하루 품삯이 15만 원 정도라면 그 가치만큼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남들이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상관없다.

오로지 내 몫만큼의 일을 하면 될 것이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와 일과의 관계만을 따지면 될 일이다.

월급 앞에 나 자신이 떳떳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료의 태도가 아니라, 나와 나의 일에만 주목하면 된다.

내가 오늘 할 일에 성실하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뿌옇게 드리웠던 안개가 꼬리를 감추고 슬그머니 사라진다.

하루의 날씨는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의 자세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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