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仰) 이목구심서Ⅲ -21
며칠 전 막둥이가 광주 31사단 훈련소 생활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을 하였다.
오전 10시 반쯤 부대에 도착했으니 두 시간 정도 운전한 후이다.
유난히 햇볕이 따사로운 연병장이다.
아들은 대열 중 뒤에서 세 번째에 서 있다.
(훈련소에서는 사병들이 서 있는 위치를 도표로 만들어 한 명 한 명 표시해 놓는 정성을 보였다)
계급장 수여식은 부모가 직접 하게 하였다.
아들은 작대기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개구리 야상에 베레모를 엇비슷이 쓰고, 황토색 군화를 신었다.
흰 목장갑을 낀 채 주먹을 굳게 쥐고 있다.
부모를 보고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여전히 뻣뻣하다.
정작 나는 보자마자 와락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들 손에 있던 금빛 계급장을 손에 집어 들었다.
5주간의 땀과 눈물이 이 계급장에 배어 있었다.
부모의 근심과 기도 소리가 섞여 샛노랗게 고여 있었다.
얼마나 무거운가,
이등병이란 계급장.
나는 훈장 같은 그걸 들어 막내의 왼 가슴에 붙여 주었다.
'떨어지지 말고 꼭 붙들고 있거라.'
'단단해져라.'
"이병 강,○,원!"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절도가 있었다.
소리가 덩어리 져 뭉툭하게 고막을 때렸다.
고생했다고 엄마도 안아주었다.
이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해방 같은 외출이다. 자유시간이다.
아들은 우리 보고 잠시 기다리라며 동기들을 찾아간다.
생활관을 함께 쓴 동기들과 어깨동무를 하고는 단체사진을 찍는다.
서로 고생했다며 주고받는 덕담이 입춘인 오늘 날씨를 닮았다.
모두가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다.
주차장의 차는 선입선출 방식이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주차를 하고 나갈 때도 그 순서에 따라 나가도록 하고 있다.
점심으로 '민속촌'이라는 돼지갈빗집에 갔다.
양념갈비가 특히 맛이 있었다.
식사 후 근처 안경점에 가서 훈련하다가 휜 안경을 바로 잡았다.
기침도 가끔씩 하여 내과에 들러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그 후 '마당'이란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막내에겐 꿀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정해진 시간은 언젠간 오고야 만다.
더구나 그 속도는 더더욱 빠르기만 하다.
부대가 가까워지자 운전하는 내가 더 긴장이 된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미 헤어짐을 맞본 가족들이 미처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주차장에 들어섰다.
막내는 서둘러 가방과 모자를 챙겨 들고 나선다.
"잘 지내라--"
"응"
좀 전과는 다르게 바짝 군기가 들어 동기들 뒤에 서 있는 막내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대로 차를 몰고 나온다.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이 없다.
언제나 헤어짐은 익숙지 않다.
이별은 늘 처음이다.
그래서 매번 아프고 아프고.
아쉽다.
가슴 한쪽에서부터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에 한동안 몸을 맡긴다.
오늘 하루가 금방 지나갔듯 남은 17개월도 화살처럼 지나가리라.
두꺼운 어둠을 덮고 누운 이 밤,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잘 자라, 막내야'
내일이면 낯선 세종시의 하늘을 보겠구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