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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Apr 28. 2023

앙(仰) 이목구심서 20

떠나는 모든 것들에 슬픔이


내 발을 장례식장에 보냈다.

그동안 타오던 nf소나타를 폐차장에 보낸 것이다.

넥카를 끌고 온 폐차장 사장님은 이웃 아저씨처럼 친절하고 푸근해 보였다.

"내일 점심쯤이면 다 될 겁니다"

나는 착잡한 마음이어서 굳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넥카에 실리는 정든 애마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그동안 고마웠다. 네 덕분에 지금까지 잘 지냈어. 안녕! 잘 가라"

조금 전까지 나의 발이었던 자동차는 아무 말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분명 그도 할 말이 있으리라. 차는 평소보다 더 낮게 엎드린 채 돌아서있다. 내게 서운하고 실망했지 싶다. 어쩌면 미워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자가 깊어 서늘하다.


곧이어 넥카가 움직이고 너는 코뚜레가 잡혀 억지로 끌려가는 어미 소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평생을 태워만 주다가 이젠 손님이 되어 실려간다. 나는 떠나가는 너를 한동안 바라본다. 함께한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의 말과 웃음과 울음, 한숨을 다 들어주었던 너. 가족들을 한 공간에 모아 아옹다옹 다정을 키워주던 너. 특히  우리가 아플 때 곁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너였다. 나와 가족의 삶을 채워주었던 존재이기에 이별은 슬프다. 정든 너와의 헤어짐이 당황스럽다. 작년에 고양이 '우쭈쭈'가 영영 떠나버렸을 때처럼 텅 빈 마음에 허허롭기만 할 거다.

안타깝게도 익숙한 너와의 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구나. 너는 며칠 전부터 몸의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긴급히 수혈을 수차례 해야 했다. 네 몸 안에서 더 이상 스스로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었다. 큰 병원에 가니 너를 일으키려면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여 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서 나의 일부였던 너를 떠나보내게 됐다.


이제 다시는 서로를 볼 수 없겠지만 불쑥불쑥 너는 수면에 떠오를 것이다. 나의 삶을 반추할 때마다 너로 인해 누렸던 기쁨들로 인해 미소 짓겠지.너는 나뉘고 녹아들어 새로운 몸이 되겠구나. 내 몸에 닿던 너의 체온과 체취는 내 심장에 배어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어서 고맙다. 다른 사람이나 길고양이나 나무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고 생을 마치니 너는 분명 좋은 차이다. 좋은 친구이다. 좋은 도반이다. 너를 만나 알게 되고 동행하게 되어 참 다행이었다. 그만큼 고맙다.


이제 너의 모습은 석양 속에서 빛이 되어가는구나.

잘 가라,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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