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debut
<기획노트>
사람 하나에 악기 하나. 이 단순한 구조로 진행되는 클래식 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그저 음악에 맞춰 호흡하고 연주를 위한 몸짓을 할 뿐입니다. 몸짓은 곧 소리를 만들고, 소리들이 모여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연주자들의 몸짓 속에는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야기는 음악에 색을 입혀주어 연주자 본연의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클래식 음악 한 곡을 끝까지 들어 본 적도 거의 없는 제가 하루의 대부분을 클래식 음악과 살아가는 이 형제들과 함께 이 공연을 준비 하게 된 이유는, 그들의 몸짓이 가진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대연이와 동연이에게 기타와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대연이는 ‘기타가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동연이는 ‘어느 날 악기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피아노가 옆에 있었다'라고 답 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저는 인생에 이런 장면을 사람들은 신의 영역을 빌려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힘, 그것을 오롯이 사랑하고 희생하는 힘. 이 형제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성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셋이 이 공연을 위해 처음 만난 날, 함께 마음을 모았던 것은 지난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해석보다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할아버지 양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공연 책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듯,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저는 클래식 연주자들의 몸짓과 그들이 연주하며 내는 작 은 호흡 소리를 좋아합니다. 한 친구는 클래식 콘서트장에서 첫 시작을 알리는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좋아 공연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시선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그리고 형제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공연을 즐겁게 음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1.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