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기억의 단상 A-1
나의 얼굴을 더듬는 17개월 아들의 손길
2주쯤 전이었을까,
아들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조금 시간을 보내며 놀다가 아이가 잘 시간이 되었다. 순서가 누구인지는 매일 바뀌지만, 오늘은 내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재우는 날이었다. 매일 그랬던 것처럼 세 시간짜리 잔잔한 클래식 피아노 음악을 틀어주고, 방안의 조명을 모두 끄고, 작은 큐브 모양의 수면등만 켜 놓았다.
보통, 아이는 졸음에 못 이겨 바로 잠에 들거나, 아니면 잠자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졸음이 몰려오면 엎어져서 눕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바로 자는 날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침대 주위를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 둘러보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 인형인 '먕먕'이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는 이제 졸린 듯 자기의 자리에 뒹굴 드러누웠다. 부드러운 이불이 좋은지 얼굴을 부비기도 하고 몸을 이래저래 흔들고 뒤집으며 꿈나라로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었다.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안경을 벗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정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콧등을 만지고, 내 코를 만져보고, 내 눈을 찔러도 보고, 내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으려고도 해보며 나를 탐구해본다. 가끔씩 내가 입을 크게 벌리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지 헤헤 웃기도 하고 내 벌어진 입에 손가락을 넣어보려고도 한다. 그러면 침이 묻지 않게 입술을 안으로 오므려 아이의 손가락을 지그시 물어보기도 한다.
들이밀었던 얼굴을 돌이키고 옆에 누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보면 아이는 잠시간 더 뒹굴거리며 뒤척이다가 어느새인가 잠에 들어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이 시간을 아이는 기억할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에게 이 순간은 어떻게 기억될까? 나중에 기억을 되새기기는 어려워도 아이의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진 파일처럼 기록되어있을 것 같은데...
일주일에 절반 정도, 혹은 그 이상 일어나는 위와 같은 일들은 하루 중 길지는 않지만 매우 행복한 시간이다. 때로 피곤할 때, 아이가 일찍 잠에 들지 않으면 조금 힘겹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교류하며 부대끼는 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이날의 기억을 나의 조그만 기억 상자에 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