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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부기 아빠 Dec 11. 2022

아내를 위한 밥상 - 내가 키운 토마토와 감바스

토마토 감바스 피칸테 & 파스타

(2022년 12월 7일 저녁식사)


  연초 늦은 봄 4월 즈음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잘 키워보라고, 회사에서 토마토 키트를 나눠주었다. 작은 5개의 토마토 씨앗이 있었고, 흙과 화분 역할을 할 작은 플라스틱 화분이 있었다. 누가 누가 잘 키우나 2달 뒤에 시상도 한다고 했다. 햇빛을 많이 봐야 잘 크는 토마토인데, 사무실이라니...

  하지만 다소 삭막한 사무실에 사람 외의 생명체가 더 입주를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았다. 사진으로 남겨두지는 못했지만, 심고 약 2주 후 한 개의 싹이 트고, 며칠이 지나자 2개의 싹이 더 났다. 그리고 더 며칠이 지나자 5개 모두 싹이 났다. 5개를 심어 5개 모두 싹이 난 것으로 보아, 씨앗도 건강한 친구고, 나도 적당한 깊이로 잘 심었던 것 같다.

  1~2일마다 물을 부족하지 않게 잘 채워주고, 다이소에서 구매한 USB LED 등으로 부족한 빛을 보충해주었다. 그렇게 2개월쯤 지나 토마토 키우기 대회가 종료되었다. 다른 잘 키우신 분들은 줄기도 엄청 굵고, 작은 열매도 맺은 분도 있었다. 나의 토마토 들은 좁은 플라스틱 화분에 5개의 토마토 줄기가 서로 경쟁하며 키 자랑을 하게 되었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나름 다들 비좁은 데서 고생하며 크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다.

  대회가 끝나고 나니 토마토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죽지 않을 만큼만 물을 겨우 챙기는 수고만 하고 있었다. 작은 화분에 5개의 토마토가 자라기에는 식물 키우기 초보인 내가 보아도 이래저래 부족해 보였다. 키는 커가고 있지만 줄기는 그렇게 두꺼워지지 못해서 나중에 열매를 어떻게 맺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귀찮음에 다른 조치들은 하지 못하였다. 


  미루고 미루던 분갈이를... 7월 막바지가 돼서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서 조심스레 꼬인 뿌리를 풀어 3개의 토분에 1, 2, 2개씩 나눠서 심어주었다. 흙도 동네 꽃집에서 2포대 사 와서 늘어난 화분에 넉넉히 채워줬다. 또 힘내라고 집에 있던 영양제도 하나씩 주었다.

220728 분갈이


  퇴근 후 아이들의 상태를 보며, 시들었는지 아닌지 확인 후 1, 2일마다 물을 잘 챙겨주었다. 이전에 플라스틱 환경보다는 좋았는지 확실히 성장 속도가 달라졌다. 줄기도 금방 굵어지고 키도 금방들 컸다. 2개 있던 화분에서 잘 크는 아이는 하나 화분을 더 준비해서 따로 독립시켜주었다. 그래서 1, 1, 1, 2개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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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살펴보니, 가장 잘 크던 녀석에게서 꽃이 지고 2개의 토마토 열매가 열렸다. 신기했다. 열매를 맺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고 예쁘게 열매를 맺은 것을 보니 나름 뿌듯하고 기뻤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더 지나고 나니, 몇 개의 열매가 더 열리고,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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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빨갛게 익은 열매는 2개밖에 없기에 아직은 추수하기 이른 것 같았다. 다른 초록 열매도 몇 개 더 있어서 추수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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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주 정도 지나고, 대부분의 열매들이 빨갛게 익었다. 1번 방에서 작은 4개의 열매가, 4번 방에서 큰 1개의 열매를 추수하였다. 4개의 열매 중 먼저 익었던 2개는 너무 익은 나머지 터졌다가도 다시 아물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생명은 볼 수록 신기한 것 같다.



  얼마 전 선물 받은 A사의 감바스 밀키트가 있어, 이것과 추수한 토마토 5알을 이용해서 토마토 감바스와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사실 오늘은 요리 노트라기보다는 조리 노트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ㅎㅎ



<재료 준비>

- 직접 키운 토마토 5알

- A사 감바스 밀키트

  (새우, 토마토, 파스타면, 바게트 빵, 소스류 등)



<시작>

1) 프라이팬을 잘 달구고, 올리브 오일을 풍성히 넣고 예열해준다.

2) 오일이 적당히 예열되면, 준비된 토마토, 새우, 페퍼론치노, 마늘, 소스를 넣고 자글자글 볶는다.


2-1) 준비된 바게트 빵을 먹기 좋게 잘라 오븐에 잠깐 구워준다. 200도에서 3분 정도?


3) 새우가 잘 익은 것 같으면, 잘 익힌 파스타면을 쏙 넣어준다.


4) (생각보다 빠르게) 완성!


* 맛도 매우 훌륭했다. 보증된 맛이랄까? 그런데 맵다는 뜻의 '피칸테'라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직접 키운 토마토를 더 넣어서 그런 것인지,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내가 먹기에도 맵지 않고 맛있었다.



<느낀 점>

- 역시 밀 키트가... 편하다

- 밀키트가 쓰레기만 많이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마트에서 편하게 사 먹는 토마토가 이렇게 어렵게 키워지는 것이었다니...



<Reference>

https://www.homestaurant.co.kr/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0324

http://item.gmarket.co.kr/Item?goodscode=208680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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