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부리 민 Feb 14. 2020

내가 ‘월간 자기 성장 보고서'를
쓰는 이유


[ 프롤로그 2 ] 내가 '월간 자기 성장 보고서'를 쓰는 이유


  회사에서 ‘월간 보고서 작성'은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모든 부서에서 ‘월간 보고서'를 작성했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월말이 뭐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지난달 보고서를 정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해야 된다니! 정말 이상하다. 월급 날도 한 달에 한번, 월간 보고서도 한 달에 한 번인데 월급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멀게 느껴지고 월간 보고서 쓰는 날은 참 빨리도 돌아오니 말이다. 


  보고서는 나에게 애증의 존재였다. 입사 초에 기획실에서 프로젝트 매니징(PM)과 관련된 일을 3년 정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보고서의 수준이 나의 연차에 비해 많이 높고 버거웠다. 내가 쓰는 보고서의 내용은 주로 조사, 분석 결과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그에 따른 사업부와의 의사소통 내용, 그 자리에서 정리된 실행 계획은 무엇인지, 실행 이후 결과와 피드백 사항 등이었다.


 입사 2년 차까지도 보고서를 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듣는 사람에 따라 서면으로 할지, PPT와 발표로 할지, 간단한 회의로 할지가 달라지고 또 그에 따라서 강조해야 할 내용, 보고의 길이, 표현의 방법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효과적으로 보고하지 못해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작은 부분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참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3년 정도 일을 하니 적응이 됐다. 노하우도 조금씩 쌓이고. 적응을 하고 나니 비로소 ‘보고서를 왜 쓰는 것인지' 조금 알게 됐다. 어딘가를 가야 하는데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이따금씩 구글맵을 켜서 목적지가 어디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도착하려면 몇 시간을 더 가야 하는지 가장 좋은 길이 어디인지도 봐야 하지 않나. 


  보고서를 그런 ‘구글맵' 같은 존재로 활용할 수 있을 때 보고를 위한 보고, 페이퍼 워크를 넘어서 진짜 나의 업무를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제 업무는 업무대로,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별개의 일이 되어버린다. 이때 보고서는 상사한테 혼날까 봐 눈치 보느라 쓰는 쓸데없고 시간을 잡아먹는 페이퍼 워크일 뿐이다. 


  그렇게 수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것 하나는 ‘유용한 도구로서 보고서를 활용하는 법'이다. 물론 이것이 늘 통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페이퍼 워크로서의 보고서'를 쓰게 될 때도 있다. 어쨌든 이 스킬도 나의 ‘무형 자산'이라면 ‘무형 자산'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로 지난날 동안 보고서에 갖다 바친 숱한 나의 시간들을 위로해본다. 


  석사 공부를 하는 허즈번을 따라 영국에 온 것이 2019년 9월이었으니 만으로 5개월이 지났다. 지난 5개월 동안 영국에 적응도 하고, 그동안 회사 다니느라 못한 게으름도 실컷 피워보고, 배우고 싶었던 ‘플라워 디자인 스쿨'을 다니느라 런던에 한 달 다녀왔고 또 우리 부부의 리즈시절을 기록하겠다며 ‘유튜브'도 시작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날까지 약 7개월 남짓 남았다. 이제 나의 영국 생활에서도 ‘구글맵'을 켤 시간이 된 것 같다. 1년간 주어진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나름대로 목표도 계획도 세우고 왔는데 지도도 보지 않고 그냥 막 달리기만 한 기분이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지나치게 게을러질 때도 있다. 방향과 속도 점검이 필요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역시 이럴 땐 ‘보고서'가 유용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증의 보고서. 회사일 하려고 배웠고 회사일에 썼지만 이번에는 나를 위해 써보면 어떨까? 이 생각이 ‘월간 자기 성장보고서'의 시작이 되었다. 이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은 직장 상사가 아니다. 나 자신이다(그래서 보고서의 형식도 주제도 다 내 마음대로다). 생각해보니 회사 프로젝트와 실적은 ‘내 본성을 넘어서는 치열함'을 발휘해가며 관리했었는데, 정작 나의 성장과 꿈에 대해서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뒀었다. 이제부터는 회사 프로젝트에 들이던 그 정성을 내가 원하는 삶을 디자인하는데 한 번 써봐야겠다. 월별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한 것 본 것, 느끼고 배운 것들을 ‘자기 성장 보고서'로 정리하면 내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어디쯤에 있는지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이 보고를 받으시는 분들이다. 영국에 오기 전 인생에 대해,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이 많았을 때 내게 가장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때로는 유튜브 영상에서, 때로는 책에서 또 때로는 브런치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여다보았었다. 그들의 생각과 선택, 감정 그리고 극복해나간 과정들을 보면서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위로도 받았고 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 감탄하고 때로는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고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힘을 얻었기에 ‘휴직을 하고 영국에 1년 살러 오는, 내 인생에서 가장 과감했던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나도 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와 한 줌의 용기와 지혜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 ‘휴직인의 월간 자기 성장보고서 in the UK'를 시작하겠습니다. 

  

해당 보고서의 목적은 제가 휴직을 하고 영국에 와 있는 1년, 열두 달 동안 매일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삶을 지속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하여 작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보고 드릴 내용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사항입니다.

  첫째, 자기 성장 보고서입니다. 먼저 20대 직장인이었던 저의 모습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나누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20대 직장인으로서 했던 아주 개인적이고 솔직한 고민과 반성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했는지, 그것을 통해 얻은 것들 무엇인지에 대해 매달 보고 드리겠습니다.


  둘째, 영국 생활 보고서입니다. 제가 해외에서 1년을 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는 ‘영국 1년 살기 체험' 속에서 겪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매달 보고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OUTUBE   꽃부리; 꽃부부의 리즈시절

작가의 이전글 회사에서의 인정보다 '나의 성장'이 중요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