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술 이야기 (2)
18세기 영국 해군들은 자신들의 럼 배급량이 물로 희석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테스트를 했어요. 럼과 화약을 섞어 불을 붙여봤는데, 불이 붙으면 알코올 함량이 '증명(proof)'된 거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바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폭풍우도, 적함도 아닌, 희석된 럼이다."
당시 기준으로 불이 붙는 알코올 함량이 약 57%였고, 이게 영국식 '100 프루프'의 기준이 됐어요.
미국은 나중에 이를 절반으로 계산해서 50% 알코올을 100 프루프로 정했다고 해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알코올 도수 측정법은 이런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이런 프루프 측정법은 단순히 술의 강도를 나타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요. 선원들에게 제대로 된 강도의 럼은 생존과 사기에 직결된 문제였죠. 때문에 영국 해군은 '프루프 마스터'라는 특별한 직책까지 만들어 럼의 품질을 관리했다고 해요.
오늘날에도 많은 프리미엄 럼과 위스키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프루프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꼬꼬술 치얼스.
위스키를 만들 때 매년 약 2%의 술이 증발해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걸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라고 불러요.
200년 전부터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이 현상을 신비롭게 여겼는데, 캐스크 사이로 빠져나가는 알코올이 천사들에게 바쳐진다고 믿었다고 해요.
"우리는 위스키를 만들지만, 시간과 천사들이 그것을 완성하지."
이 말은 1820년대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증류소 주인이 한 말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천사의 몫'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증류소 벽과 천장은 실제로 검은색으로 변했다는 거예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위스키 성분이 곰팡이를 만들고, 그게 건물을 검게 만든다고 해요. 이걸 '위스키 블랙'이라고 부른다니, 천사들이 꽤 욕심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이 '천사의 몫'은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돼요. 증발하는 알코올과 함께 불필요한 성분들도 날아가고, 남은 위스키는 더 부드럽고 농축된 풍미를 갖게 된다고 해요.
사실 오랜 숙성 기간 동안 좋은 풍미는 남고 거친 성분은 천사에게 바쳐지니, 어쩌면 천사들과의 이 오래된 거래가 최고의 위스키를 만드는 비결인지도 몰라요. 꼬꼬술 치얼스.
동아시아인의 약 36%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의 과학적 원인이 뭔지 알고 계신가요?
이건 'ALDH2'라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에요. 우리 몸은 알코올을 분해할 때 두 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알코올 탈수소효소(ADH)가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바꿔요.
그다음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이걸 분해해야 하는데, 동아시아인 중 많은 사람들은 이 두 번째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유전자 한 쌍의 차이가 술자리의 모든 경험을 바꿔놓는다."
재밌는 건, 이 유전자 변이가 위장관과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켜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메스꺼움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불편한 반응이 실은 진화적 이점이 있다고 해요. 알코올 중독의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다음에 친구가 소주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면 비웃지 말아 주세요. 꼬꼬술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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