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스타트업

#이곳에 나를 반기는 사람은 없다

by metel

일주일만에 만들어낸 프로토타입.

리뷰 회의를 하자고 해서 들어갔다가, 완전히 깨졌다.


개발을 리딩하는 분이 많은 준비를 했다. (나를 깨기 위한)


'이렇게 하면 어떡할건데요?'

'이런 이런 케이스가 있잖아요? 그런건 정의 안되어 있는데, 생각 못하셨어요?'


나를 초대한 부대표란 사람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마냥 죽이 잘 맞았다.


'저분들이 날 깨기 위해 지금 짜고 오셨나? 어쩜 저리 죽이 잘 맞지?'


아무튼 난 깨졌다. 처절하게. 개발자가 한 말이 틀린말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리는 그런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건 프로토타입이다.

서비스 모델을 검증하는 자리지, 개발 케이스를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직 구현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부대표와 개발리더가 만들어가는 분위기에 난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다.


미팅이 끝나고 오후에 부대표와 따로 얘기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오늘 미팅은 프로토타입을 서비스관점에서 점검하는 자리였다. 개발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그렇다. 알고 있다. 개발리더가 오버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죽이 잘 맞으셨나요?'

'난 몰랐다. 그 사람이 하는 말도 다 의미가 있으니 새겨들었다가, 추후 참고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마무리다. 참고하면 좋을말을 우리는 '조언'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 알게된 이야기는 이렇다.


일주일간 프로토타입을 준비하면서 난 부대표와 서비스모델에 대해 많이 다퉜다. 결국 부대표는 내게 '네가 생각하는 걸 그려봐라'라고 했고, 그렇게 나온 프로토타입을 리뷰하는 자리였다. 부대표는 그 프로토타입을 부정하고 싶었다.


기존에 나 말고 기획자가 있었다. 그분은 서비스모델링에는 적임자가 아니라서 다른곳으로 보내졌고, 그 자리에 내가 왔다. 내가 오지 않았으면 다시 그분이 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개발리더는 그 기획자분과 일하고 싶었고, 그래서 나를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선천적으로 여자를 싫어한다고 한다. 여자는 술을 따르는 존재로만 안다고.

(나중에..아주 나중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자리에서 나에게 한 말이다. 개발 리더가)


사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굳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한것도 참 웃기다.

(우리는 마치 선을 보듯 둘이 마주앉아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며 얘기를 했고, 서로의 얘기를 들었다.)


마치 지금 손에 잡고 있는 이걸 놓으면 죽을것처럼, 왜 그곳에서 그렇게 버티려고 했을까. 나를 몰아내고 싶은 저 개발리더가 톡톡하게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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