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lqkft가 있었습니다. 그는 t家의 외동이었습니다. 줄곧 미국에서 살았던 그는 변변찮은 벌이로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인생의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묻는다면 그는 모음 하나 없이 [ㄹㅋㅋㅍㅌ]라고 말해주어야 했습니다. [ㅋㅋㅍㅌ]가 전부 파열음이어서 발음하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이름 갖고 장난을 친다는 오해는 그에게 온갖 억울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는 부모와 조상을 욕했습니다. 수많은 성씨 중 어떻게 t씨 집안에서 태어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희망은 나날이 줄어만 갔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본인이 사실 한국계이고,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도 모두 t를 성으로 썼는데, 그를 친자처럼 키우기 위해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생에 없던 감동을 받았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이 작명의 용의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의 호의에 감사하며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할지 고민했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먼저라고 생각해 PC방을 향했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았습니다. lqkft –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프랑스 쇼핑몰 등이 나왔습니다. 젠장, 미국에서 검색했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네. 그러나 그는 곧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한국 입국을 위해 제출했던 서류에는 분명 이름을 쓸 때 성을 앞에, 이름을 뒤에 기입한 것입니다. 그래, 나는 원래 한국인이니까. 그는 이름을 차례차례 입력해보았습니다. t... l, q, k, f.
자동완성 : 시발
tlqkf라 검색했는데 왜 이런 단어가 나오지? 혹시 한국어인가 싶어 여러 사이트를 뒤져봅니다. What does 시발 mean? 시발 means “fuck you”
이게 뭐람, 그는 생각합니다. 한국인 부모가 낳았다면 당연히 이름을 한국어로 지어주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면의 ‘시발’은 그의 진짜 이름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뜻을 보면, 도저히 갓난아기에게 붙일 수 없는 모욕적인 단어입니다. 그는 강한 분노에 휩싸입니다. 부모라는 작자들을 만나봐야겠어. PC를 끄고 가까운 입양기관을 찾았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그는 이 정신 나간 이야기의 내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성은 짐작대로 ‘t’가 아니라 ‘시’였습니다. 시씨 부모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임신을 해버렸고, 차마 지울 수는 없어 그를 낳고 맙니다.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를 낳은 어머니와 출산을 지켜보던 아버지 모두 어두운 낯빛이었다고 합니다. 신생아의 이름을 묻는 간호사의 말에 아버지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맙니다.
“... 시발.”
그렇게 그는 시발이 되었습니다.
키울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부모는 그를 입양보내기로 합니다. 아주 보이지 않게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떠넘기는 데 필요한 서류는 적지 않았고, 자신들이 이름 란에 시발이라고 썼는지 tlqkf라고 썼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잠수를 타버립니다. 그렇게 아이는 몇 장의 증명서와 함께 비행기에 오릅니다. name tag: lqkf t와 함께 말입니다.
전말을 알게 된 발 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맙니다. 무책임한 부모는 둘째 치고, 본인이 고작 한영키 하나 때문에 수십 년 간 lqkf로 살았다는 것이니까요. 친부모를 찾아보겠냐는 직원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인생에 큰 비중을 두지 말아야 할 사람들임을 똑똑히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고, 이런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지도 않아요. 나는 lqkf로 살겠습니다. 그는 다시 귀향길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그는 t씨 부모와 함께 오순도순 잘 살았답니다. 잘 됐구나 잘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