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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행위가 자유의지의 극한값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큰 오만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시간여행 가능성의 해금은 모든 시공간상 역사를 정해진 것으로 만든다. 시간여행은 단지 결정된 역사를 직접 관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다음 예시가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시간여행자 A와 B가 서기 n년에 동시에 시간여행을 출발한다고 하자. A는 n-1년을 먼저 방문 후 n+1년을 방문할 것이고, 반대로 B는 n+1을 먼저 방문 후 n-1년을 방문할 것이다. 공좌표는 동일하여 A와 B가 어느 시좌표상에서든 항상 만난다고 하자.
n-1년에는 첫 번째 시간여행 중인 A와 두 번째 시간여행 중인 B가 만난다. 이때 B는 n+1년을 이미 다녀온 상황인데, n+1년에도 A를 만난 바가 있으나 n-1년의 A는 이 사실을 모른다. 친절한 B는 우리가 n+1년에 서로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또한 n+1년의 A는 B가 n-1년에 A를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이제 n+1년을 보자. 이때는 두 번째 시간여행 중인 A와 첫 번째 시간여행 중인 B가 만난다. 이때 A는 n-1년을 이미 다녀온 상황이고, 그때 B를 만난 적 있으나 n+1년의 B는 이 사실을 모른다. 친절한 A는 주저리주저리 설명해준다. 난 n-1년에 당신을 만났고, n+1년 지금의 만남에 대해 당신이 친절히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이를 확장하면 모든 시공간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이러한 무모순성을 만족하여야 하므로, 누군가에 의하여 이미 경험된 임의의 시공간은 불변의 진리가 된다. 즉, 모든 시공간상 사건은 결정되어 있다. 한 번 파괴된 파동함수는 복구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다음 반론을 제기한다. 만약 모든 사건이 결정된 것이라면 우리가 시간여행에 대해 인지하기 이전의 세상에서도 해당 시공간을 방문하는 시간여행자를 온전히 인식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여행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은 시간여행자를 알아차리지 못 했으며, 심지어 시간여행의 가능성이 개방될 때 그들의 기억이 백지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은 "인지적 스모그cognitive smog"가 발생한 탓이지 절대적 운명론의 가정이 잘못된 탓은 아니다. 인지적 스모그란 본인의 관찰이 아닌 이유로 파동함수가 붕괴될 때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겪게 되는 심리적 혼란의 하나다. 시간여행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은 (심지어 본인일 수도 있는) 시간여행자들의 방문 가능성으로 인해 세계가 정해진 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여행자들 일체를 무시하면서 정시간순으로 사건을 겪어나간다. 그러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러한 인지적 스모그가 해소되고, 본인 역시 시간여행자로서 모든 시공간에 항상 존재하였음을 깨달으며 그 기억을 교정해나간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한 차례 총체적인 망각을 경험하였던 사람들은 차츰 정신을 차리고 본인이 경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설명하였다고 한다. 이는 인지적 스모그를 해소하는 과정에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 세상이 모든 시공간상 모든 시간여행자가 모든 사건을 인지하고 있는 공유지식으로서 보편적 진리universal truth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인지적 스모그는 특히 시간여행자가 시간여행을 하면서 과거의 본인을 마주하는 경우에 크게 발생한다. 인지적 스모그를 해소하였다는 위의 사례에서도 본인이 본인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maybe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나 본인이 존재하였던 시공간에 재차 방문한 시간여행자들은 수두룩하다. 미루어보건대, 본인이 본인을 만나고 사건을 벌이는 타임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적 스모그가 설계된 것이라 생각된다. 인지적 스모그는 시간여행자 본인과 세계의 단일한 진리를 수호하는 선의의 무지인 셈이다.
이처럼 인지적 스모그 개념을 도입하면 시간여행 가능성과 절대적 운명론이 일체임을 알 수 있다. 시간여행은 우리의 식견을 늘릴지언정 자유를 늘리지는 않는다. 속박으로의 여행을 허용할 것인지는 전 시공간상 인류가 참여하는 도덕적 논쟁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여행연구개발센터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