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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Oct 25. 2022

어려움에 기하여

친구들이 28을 앞두고 굉장히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성과는 엉뚱한 방향을 향하는 등 적색점멸을 만난 양 전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입니다. 간단한 소회에 앞서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은 고전을 면치 못 함의 변주였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통제받는 알람시계와 기계식 문제풀이에 지쳐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학부생 시절(저에게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만), 진로를 선택하는 일과 그 미래를 보장하는 일이 버거워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원생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우리는 로그라이크처럼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나는 조금 성장하고 적들은 훨씬 성장한 상태로 격투에 임합니다. 전진이 가로막히는 것은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가로막힘은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안겨줍니다. 하나는 이성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야 하기에 막힌 장애물을 뚫어야 합니다. 문제를 찾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산출해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둘은 감정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의 일은 잔인한 자기객관화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비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본인이 잘 한 것도 있지만 못 한 것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에 대해서는 지독히도 둔감해서, 후자만 잡고 늘어지다가 마음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곤 합니다. 이것을 이겨내는 것이 정말 한평생의 과제임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각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뭐, 해결책이랄 게 있겠습니까. 저도 고작 27이고 만으로는 26.42 정도입니다. 다만 유일하게 아는 것은 상술한 사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껏 쌓아올린 것에는 무지하면서 앞으로 쌓아올릴 양에는 과민하다는 것입니다. 막대한 중량을 고 데드리프트를 즐기는 이라면 냅둬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범인은 남은 중량만큼이나 이겨낸 중량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매 유일한 순간을 통해 사람은 조금씩이나마 성장합니다. 이것은 승패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승리는 경쾌한 자족감을, 실패는 고고한 인내심을 선사합니다. 특히, 어둠 없 빛 없듯, 승리의 화려함은 오직 실패의 골이 깊고 험할 때나 가능한 것입니다. 무료 재화로 원하는 캐릭터를 손쉽게 뽑았다면 그에게 애착이 생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비용, 내 시간 들여 간신히 얻은 캐릭터이어야 비로소 우리는 애정 갖고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장황히 서술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장의 실패는 후의 큰 성공을 위한 작은 성공입니다. 당장의 작은 성취들은 뒤돌아보았을 때 크고 웅장한 성취가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막막할 때 지금까지 왔던 길을 반추해보십시오. 크고 작은 일탈이 있었지만 여러분은 어제를 살아냈고, 오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견뎌냄을 충분히 토닥여주시고 칭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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