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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Nov 01. 2022

국가의 소재

어떤 현상이 원인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 때 국가는 반드시 개입한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원인에 맞서 싸우는 최전방의 공격력이면서 동시에 시민을 향한 위협을 중화시키는 최후의 방어력이다. 국가의 소재는 그 사이의 넓은 공간이다.


따라서 국가가 원인이 불명한 또는 국가 아닌 원인에서 비롯된 사안에 대처하는 경우에도 국가의 책임은 온존한다. 국가의 온갖 수단은 결국 시민의 안위를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가 만능은 아니다. 전례없는 사고는 정부도 사람도 당황시킨다. 그러나 떨리는 손을 붙잡고, 새어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사고를 수습하고 다친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 그 역할에서 국가는 한계 없는 책임을 진다.


 만큼 했다는 국가의 자평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되었다. 첫째, 사고가 발생한 시점부터(혹은 그 이전부터) 국가의 책임은 무한하다. 설령 단 한 명의 부상자 발생했다 할지라도 국가의 부작위가 개입되어 있다면 국가는 족시킬 수 없는 책임을 진다.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든 발생가능한 사고를 차단할 책임을 포함한다. 둘째, 국가 행위에 대한 평가 주체는 시민이다. 국가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행위는 국가의 정당성이 온전히 시민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환논리적 발상이다. 국가는 오직 최선을 다해 시민을 보호하고 그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미흡한 점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고, 누가 얼만큼 잘못했는지 가려내는 일은 몹시도 심난한 일이다. 주된 원인이 없이 단지 사소한 일들이 겹쳤다는 사정으로 비극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서건 국가는 온 시대의 시민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봉합하기에는, 상처가 크고 아픔은 더더욱 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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