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생 ver 2

관두게 되었습니다.

by ggom


짧은 근무가 단 몇 줄로 마무리되는 느낌은 기묘합니다. 상당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서 그런지 시원하지 않고 섭섭하기만 합니다. 줄곧 공무원으로 일하기를 바라왔는데, 그 소망과 안위와 시간을 접어두고 떠나는 것은 지금껏 경험한 어떤 선택보다도 기회비용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익숙한 선택지에서 벗어나는 두려움 그 자체가 가장 큰 동인이 되었습니다. 공무 이외의 선택지를 가볍게 넘긴 편의의 대가는 의외의 순간에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며칠을 연달아 밤을 새우고 감기는 눈을 참지 못 할 때, 가장 사소한 일들로 선배 동기들과 언성을 높일 때보다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잃어버린 채 시간을 죽일 때, 성취감 없는 일들을 무사히 떠나보낸 안도감에 익숙해지는 때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앉아만 있는 동안은 어제와 다른 오늘 내일을 찾기 어려워보였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기억뿐을 뒤로 하고 두려움과 불확실함의 문턱에 들어섭니다. 아쉬움과 후회를 한껏 지고 지나온 문을 닫으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이 체증을 낫기 위한 수많은 움직임이 많이 어색하고 못생길지언정 온전한 나만의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의 결심은 별 것이 없습니다. 지나온 길에 감사하며 걸어갈 길에 천천히 나서자는 것, 조금 늦고 더디더라도 길가의 새로운 재미들을 수확하자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마는, 틈틈이 피어나는 곳곳의 새싹을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야말로 평생의 목적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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