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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Dec 17. 2015

집... 집...

내일도 시험인데 말이지... 집에 와버리고 말았어...

평소보다도 3시간은 일찍 일어나 학교로 향하고 말았던 오늘... 안 그래도 1교시 수업인데 그마저도 앞당겨서 시험을 보시겠다던 교수님... 그 마음이나 사정은 이해가 가면서도 몸이 유독 따라주지 않던 아침과... 두 시간은 대수능 수학 영역보다도 긴 시간이라고 자신을 격려했던, 시험지를 처음 받아들고 나서는 12문제밖에 없음에 안도했던 그 순간... 밤샐 양은 되었으면서도 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무려 열 몇 시간 전... 집에 있으면 공부가 절대 안 된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으면서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그 느낌과... 사랑.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집에 대한 애착. 오늘자로 애'증'이 되었을 지는 몰라도 항상 '애'가 빠지지 않는 집이라는 존재... 마치 연인 같다는 그런... 크리스마스도 연인과 함께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금요일이어서 다행이야, 토요일이나 일요일이었으면 2015년을 통채로 후회할 지도 모른다는 안도감... 3일 연휴 만세, 온 집안이 함께하는 히키코모리라서 다행이야. 잔잔히 그려지는 풍경 - 동지는 지나 낮은 천천히 본인의 세력을 넓혀가는 중이겠지만 우리에게 그런 게 뭐 중요하냐면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오후 5시 즈음의 석양... 아름답고 찬란한, 연인과 하루 종일 함께했던 보람찬 하루라. 생각해보면 오늘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도 350일 가량은 같이 잤을 터이고 아침도 저녁도 대개 같이 먹지 않았니. 너의 품 안에서 요리하고 책을 읽고 게임 좀 하고 위키질은 더 하고 모바일에 지쳐 또다시 너의 자리로... 행복해. 굉장히.


그렇지만 나는 내일 또 너의 품을 떠나야... 아직 나의 방학은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면 뻥치고 앉았네 비웃을 너의 냉소어린 미소마저 나는 사랑하는데... 굳이 웃길 생각은 없었지만 웃는다면야 나야 고맙고. 하지만 너의 품에서 나는 책을 펼 수 없는걸. 유인물도 정리할 수 없는걸. 가방 속에 잠들어있는 갖가지 시험 범위, 뭐 공부해도 달라질 게 있겠어 하는 느낌의 문학 강의긴 하지만서도... 그마저도 자기합리화면 어떨까, 너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사랑하고 가끔 싫어했던 내 모습처럼...


그래도 외롭지 않아.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항상 옳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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