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여러 저러 많은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내가 아직도 대학시절의 향수에 빠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서 교직생활이 힘든 것도 같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민이 많으면서도 행복했던 나의 사범대 생활을 정리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행복한 교육자'를 꿈꾸는 사람이니까.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사라는 것을 꿈꾸는 사범대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내 꿈에 크게 다가가는 일 아닐런지. 그리하여 그들이 각자 멋진 교육자나 세상의 모험가가 되길 바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도움이 될만한 글을 조금씩 써보고자 한다.
사범대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정말 고민 투성이었다. 물론 다른 대학생들도 비슷하겠지만, 사범대생이라면 4년(혹은 그 이상)동안 반드시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임용 볼까? 말까?'
임용고시라고 불리는 교사 임용경쟁시험은 사범대 생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녔다. 입학할 때부터 우리 과 임용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들, 임용된 선배들이 와서 하는 강연, 임용시험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수업들, 떨어진 수많은 이들을 감춰둔 채 연말 연초에 걸리는 임용 합격자 현수막.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하다. 사범대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는 교사 양성이고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시험을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수님들께서는 4년 동안 나에게 질문하셨다.
'너 임용 볼 거냐?'
나를 힘들게 할 의도가 아닌 것은 지금도 잘 알고 있고, 나 또한 동생들의 안부를 물을 때 늘 묻는 질문이다. 어쩌면 모든 사범대생들에게 그들의 생활을 관통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도 한양대 수학교육과에 1학년으로 입학하기 전후로 싸이월드에 2016년도 임용경쟁시험 서울 지역에서 수석을 하겠다는 글을 써놓고 그것을 다짐했던 것 같다. 물론 그 꿈은 몇 년이 지나지 않고 포기했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커다란 이유 2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임용의 높은 경쟁률
2. 교사라는 일이 진짜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
만약, 임용시험이 쉬운 시험이라면 어쩌면 2번에 대한 고민도 없이 교사가 되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험은 통과하기 어렵다. 매년 졸업하면서 합격하는(일명 초수 합격) 인원은 거의 없고 삼수 정도는 돼야 슬슬 합격자가 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라는 일이 진짜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2번 고민), 맞지 않는 일에 그런 위험을 감수(1번 고민)하는 것은 더욱 꺼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근데 문제는, 교사라는 일에 진짜 나에게 맞는지는 진정성 있게 고민해본 적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사범대에 오게 되었을까? 조금만 더 자신에게 진솔하게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면 진정성 있는 이유가 아니라는 의심을 조금씩 하게 된다.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오려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이런 것이다.
- 수학이 좋아서
- 교사가 안정적이라서
- 딱히 뭐할지 모르겠고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권하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우리는 사범대에 오기 전까지 '무엇을(what)' 할지라는 질문에는 교사라고 답해오며 살아왔지만, '어떤(how)' 교사가 될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고등학교에서 사범대, 교대를 꿈꾼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멈칫한다. 우리는 사범대 생활을 하면서 그 멈칫함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임용을 볼지 안 볼지'에 대한 고민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약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아까 말한 것이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교사라는 일이 진짜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2번 고민)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극악의 임용 경쟁률에서 이와 같은 고민도 없이 단순히 안정성과 직업의 특성만을 위해 진정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체로 20대의 청춘을 다 바쳐 시험을 쳐서 꿈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그러한 삶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렵다는 말이다.).
나는 임용을 포기했다. 대신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지에 좀 더 귀 기울이며 사범대를 다녔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원래라면 고학년으로 정신없을 3학년 어느샌가부터는 임용 걱정 없이 행복하게 대학을 다녔던 것 같다. 왜냐하면 전공 수학, 교육학, 강의실을 벗어나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들이 나를 진정 '예비 교육자'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임용 응시생'이 아닌 '예비 교육자'. 세상 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어쨌건 고시생 신분보다 예비 교육자 신분이 더 좋지 아니한가?
(나는 참고로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하는 임용 응시생을 존경한다)
물론 세상으로부터 '임용 응시생'이라는 타이틀과 그 걱정을 강요당하곤 했다. 그즈음 '너 임용 볼 거냐?'라는 질문은 나에게 그렇게 공격적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내가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지 고민했고 그러한 교육자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였다.
고민의 시작과 끝을 정리하여 연재하는 이 글들은 사범대생과 사범대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들 위한 글이 될 것이다.
'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라는 다소 건방지지만 두근거리는 말로 다음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해 이어보려 한다.
* 사범대생(교직이수 포함)
- 임용에 대한 고민
- 임용 응시/포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
- 교직생활 정보
- 수학교육과, 사범대에서 배우는 과목들에 대한 고민
- 사범대생이 할 수 있는 교내 활동 및 대외활동
- 사범대생의 학점, 군대, 휴학, 연애, 과외 등등
- 임용 경쟁률과 교사 외 진로
- 임용을 위한 사범대생의 삶과 라이프 플랜 예시
- 구체화된 사립학교 임용 전략 / 공립학교 임용 전략
-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차이
- 부모님의 바람과 사범대
- 타대생이 사대생을 바라보는, 사회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
- 이외
* 사범대(수학교육과)를 꿈꾸는 중고등학생
-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
- 교직생활 정보
- 사범대, 수학교육과에서 배우는 것들
- 사범대 입학
- 수학 교과 학습
- 수학이라는 교과와 수학교육과에 대한 고민
- 부모님의 바람과 사범대
- 이외
이외에 사범대, 수학교육과 생활에 대한 모든 것, 나아가 이것이 교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해보려 한다. 나아가 2016년도 임용경쟁시험(서울, 수학)에서 초수 합격한 이준건(한양대 수학교육 10)의 도움을 받아 임용을 준비하는 마음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하려 한다(나는 임용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임용 걱정 없이 산 놈이다). 더 재밌는 것은 서울 임용에 초수 합격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임용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았을 것 같은 이준건도 어느 시점부터는 임용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사범대를 다녔다는 점이다.
이 연재는 임용을 보지 말자는 글이 아니다. 임용 응시생이건 아니건 예비 교육자로서 사범대를 다녀보자는 것이다. 임용을 보든 안 보든, 결국 자신에 대한 고민과 확신이 있다면 '임용 걱정 없이' 사범대를 다닐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나보다 더 멋진 길을 걸어갈 예비 교육자들을 위해 이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