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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찬 Nov 24. 2021

수능을 본 아이들에게

[사범대 다니면서 임용 걱정 없이]


수능을 본 아이들에게



외로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내용을 이해하고 시험장에서 풀어내야하는 것은 너희 자신이니까. 세상에서는 이해시켜준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세상에서는 찝어준다는 말을 하지만, 그건 이해를 도와주는거지, 중요도를 분별해주는거지. 입시 페타곤에서 출제자들이 탄생시킨 180마리의 개들과 싸워야하는 것은 너희니까.

그렇다고 터널터널 시험장을 나와 10대와 20대의 다리를 건너지 말아라. 평가는 본디 본질적으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건데, 개별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줄을 그어대는 입시 현장에서 하나의 절대적 기준선에 너희를 놓고 너희의 앞날의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과와 관계없이 마음을 지키는 과정, 꾸준함의 과정을 진실되게 경험했다면 그 경험은 분명 평생 자산이 될 것이다. 그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성취감의 부재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20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나가고, 찾아나가라. 그저 나는 성취감의 기회를 입시로 밖에 주지 못한 선생이라 미안하다.

꾸준함의 과정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면, 그 성취감을 갖고 세상을 더욱 도전적으로 살아라. 부디 과거의 영광의 줄에 묶인 사람이 되지 말아라.

도취에 빠진 모습만 보여주는 사람이 되지말고 겸손함과 자신감을 탄력적으로 발휘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라.

20살에는 느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그 사람의 대학이 먼저 보이는 것을. 너희가 그렇게 평가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남들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간판의 부재에 좌절하지 말고 혹은 간판이 너희를 빛내게 놔두지 말고,  너희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강하게 믿는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가진 재능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어떻게 수능을 봤던지 간에 너희가 그 감동을 주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외로운 싸움에 잠깐이나마 동반자가 되어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로울텐데, 충분히 그 외로움에 공감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앞으로 살면서 외로운 싸움이 여러 번 있겠지만, 너희는 그것을 잘 헤쳐나가는 것을 넘어, 다른 이들의 외로운 싸움에 손잡아주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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