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날
버니카페에 왔다.
Lahul이라는 친구가 운영한단다.
해가 쨍쨍 비치는 밖에 한참을 돌아다니다 들어오니 굉장히 시원하다.
챠오미엔을 시켜서 먹었는데 꽤나 맛있다.
김치도 가져다주시는데 5년 전에 한국인에게 배운 솜씨란다!
배가 차지 않아 커피 라씨도 하나 시켜 마신다.
그리고는... 여유를 즐긴다.
배를 빵빵하니 채우고 심라에서 만난 로즈니가 추천해준 바나라씨에 왔다.
'로즈니가 보내서 왔어'
'아 알아! 2년 전에 여기 왔어'
어떻게 2년 전의 그녀를 기억할까?
그가 기억력이 좋은 걸까? 아니면 그녀가 특별한 걸까?
아무튼 이곳 바나라씨는 인도 같지가 않다.
한국에서의 인도 라씨 가게?
한국말도 잘하시고 굉장히 깔끔하고 친절하시다.
테이블엔 라씨 가게 이름도 있다!
고급화 전략!
이곳엔 한국 일본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가게 사람들도 안녕하세요, 고니찌와 라며 인사한다.
흡사 작은 한국, 일본 같다.
라씨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라씨엔 대부분 버펄로 젖이 가장 강하고 좋아서 버펄로 젖을 사용한단다.
바나라씨의 아카씨에게 이 곳이 특별한 이유를 물어본다. 라씨의 재료가 더 좋다든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근데 아카씨의 대답이 일품이다.
'대부분의 라씨가게의 라씨는 동일해. 단지 우리 가게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뿐! 다른 가게보다 뭐가 좋다 뭐가 좋다 라는 스토리를 억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는 라씨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오후에 버펄로 젖을 가져오면 끓인다.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소량의 오래된 요거트(커드)를 넣어 발효시킨다.
8~10시간을 기다리고, 4~6시간 동안 냉장고에 넣는다.
요거트는 72시간 내에 먹는다.
요거트는 늘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바라나시에는 악기 교실이 정말 많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물론 대부분은 악기를 팔려고 연주하는 사람들이다.)
바라나시에 온 김에 배우기 쉽다는 '젬베'를 배워보기로 한다. 우리의 스승님은 '졸리(Jolly)' 아저씨다. 현관에서부터 졸리의 음악교실이라고 써뒀다.
처음 배워보는 젬베는 꽤나 재미있다. 타악기가 이렇게 재밌다니! 스트레스도 풀린다! 졸리 선생님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젬베에 대해 알려주신다. 솔직히 엄청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마추어만의 맛이 있다.
숙소 바로 앞엔 커다랗게 한글로 선재네 보트, 철수네 보트라고 쓰여있다. 둘 다 보트 투어를 하며 바라나시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냥 철수보단 선재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선재네 보트를 타기로 했다. (진짜 선재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인도 친구가 설명해준다.)
일몰이 시작하기 전 우리는 보트를 타고 강 가운데에 있는 모래밭에 갔다.
바라나시 너머로 지는 석양은 정말로 아름답다. 매일매일 봐도 질릴 것 같지가 않다. 몇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바라나시. 그리고 그 바라나시 뒤로 몇만, 몇억 아니 셀 수 없이 넘어갔었던 태양. 태양은 바라나시의 전설을 지켜봤을까.
배를 타고 어두워진 바라나시의 강변을 바라본다.
해가 졌는데도 화장터는 여전히 분주하다. 누군가는 지금도 이 세상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과연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그걸 아는 사람은 있을까?
촛불 밝힌 꽃 접시를 하나 갠지스강 위에 띄우며 나도 소원을 하나 빌어본다.
배가 고파 점심때 갔었던 버니카페로 향한다.
'라훌 우리 왔어!'
라훌이 인사한다.
점심때 라훌이 자랑했던 김치볶음밥을 시킨다.
한참을 기다리니 깔끔하니 잘생긴 인도 친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히예요. 이 가게 주방장이에요.'
내가 만나본 인도 사람 중 가장 한국말을 잘한다!
아예 한국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
라훌은 로히의 형이란다.
'아까 라훌이 자기가 요리를 다 한다고 했는데 아닌가요?
아니란다. 라훌은 간단한 요리만 하고 대부분은 로히가 다 한단다. 일단 의문의 1패.
'라훌이 자기가 5년 전에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서 김치를 담근다는 데 그건 진짜죠?'
이것도 아니란다. 흠... 사실 얼추 맞기는 하다. 라훌이 김치 담글 때 채소 '자르는' 것을 도와주기는 한단다. 의문의 2패. 완패다.
라훌에게 거짓말쟁이라며 쏘아붙히니 라훌도 미안한지 씩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 이 정도 거짓말은 애교지...'
로히는 대학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기까지 한 똑똑한 친구다. 힌디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밥을 먹으며 그의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려서부터 자립하기를 원하셨어. 그리고 나는 부모님의 그러한 결정 덕분에 이렇게 항상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어. 그래서 항상 존경하지. 나는 6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어. 그때엔 1주일에 단 1루피를 벌었어. 생각해봐! 1주일에 1루피라니까? 그걸로 뭘 할 수 있었겠어? 그래도 그때 이후로 장사도 배우고 스스로 해보면서 점점 더 성장했어. 학교를 다니면서도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어. 그리고 이 자리에서 내 레스토랑을 열게 됐어. 사실 이 레스토랑을 만들자고 한 것은 내 아이디어였어. 우리 가족이 이 집으로 이사 오고 여기는 원래 내 방이었거든. 근데 내가 내 방을 레스토랑으로 바꿔서 장사를 하자고 가족을 설득했지.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 몇 달 동안 손님도 별로 없고, 잘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 그래도 음식을 배우고 사람들과 항상 가까이하면서 이 정도까지 잘 될 수 있었어. 여기 있는 하나하나가 모두 내 아이디어야. 그래서 난 정말 매일매일 행복해.'
버니카페 바로 옆엔 한국인이 하는 한식당이 있다. 로히는 그 한국인들과도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난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 돈이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잖아?'
꿈이 무어냐고 물으니 아직 찾고 있는 중이란다. 로히와의 대화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누리고 있는 너무나 편안한 환경, 생활 속에서 나는 너무 나태해져 있지는 않은가?
나는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는가?
혹시 돈을 좇고 있지는 않은가?
버니카페를 나서며 로히가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쉽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