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날
델리에서 동남쪽으로 759.6km를 달려와 드디어 6시 40분,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대략 18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기차여행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16시간 연착에 18시간 여정!
내리자마자 엄청난 호객행위가 쏟아진다. 재밌는 건 릭샤꾼들 사이에서도 얌체가 있다는 것
'너희 둘 합쳐서 100루피에 데려다줄게'
타려고 하니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외친다.
'60에 해줄게!'
'오케이 갑시다!'
옆에 있던 다른 릭샤꾼들이 화낸다.
'야 이 양아치야 왜 뺏어가!'
우리 보고 다시 오란다.
'미안 여기가 제일 싸네'
알고 보니 릭샤를 셰어 한다? 우리 말고도 이미 3명이 타있어서 릭샤꾼, 우리까지 총 6명이 탄다.
'이래서 싼 거구먼...'
상관없다. 싼 게 제일 좋지.
고돌리아라는 곳에 내려 쿠미코 게스트하우스까지는 끊임없이 꼬물꼬물 하게 이어져있는 골목길이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소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곳 바라나시에서 소들은 어딜 가나 있다. 사람보다 더 위에 올라가 있는 소! 똥도 아무 곳에나 싸고, 아무 곳에서나 먹고, 아무 곳에서나 철퍽 앉아있다. 좁은 골목에 소님이 행차하시는 날엔 모두들 골목 벽에 바싹 붙어있어야 한다. 우리보다 소님이 더 위대하시니 말이다!
심라에서 만난 로즈니가 추천해준 쿠미코 게스트하우스에 왔다.
하루 100루피! 원래 항상 꽉 차는데 오늘은 좀 한산하단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인도인 아저씨와 결혼하신 쿠미코라는 일본인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데 35년 됐다고 한다. 퍼그가 이 집의 마스코트인 듯!
3층엔 도미토리,
2층엔 화장실 및 개인방
1층엔 샤워실 및 로비가 있다.
솔직히 청결도는 최악이다. 6일을 머무는 내내 청소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문은 다 구멍 나있고 성한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여행자의 역사랄까, 인도의 매력이랄까.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보는 갠지스강의 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몇십만 원짜리 호텔이 남부럽지 않을 정도다. 다시 인도를 찾는대도 쿠미코에 올 듯하다.
짐을 풀고 바라나시를 걷는다.
바라나시 가트 주변의 건물들은 정말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그 안에 고스란히 품고 있다.
바라나시에서 사람들은 신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고, 성찰한다. 우리는 바라나시에서 뭘 배워갈 수 있을까?
가트 주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장사를 한다.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들, 장신구를 파는 사람들, 이마에 표식을 그려주는 사람들 등등...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바라나시의 시장을 거닐면 여러 사람들이 다가온다. 자신의 릭샤를 타라는 릭샤꾼들, 돈 대신 먹을 것을 달라는 꼬마 아이들, 자기 가게에서 물건을 사가라는 가게 점원들.
우리의 첫 목적지는 블루 라씨다. 오래되고 또 그만큼 맛있는 라씨집이라는데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했다.
블루 라씨에 도착하니 벽엔 온통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한 할아버지가 손수 라씨를 만들어주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큰 컵으로 설탕을 두 컵이나 퍼서 넣으신다.
'아... 노 수가! 말했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라씨를 흙잔에 받았다. 다 먹고 나서는 휙 던져 깨뜨려버린다. 나도 처음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컵이란다.
갠지스 강변을 따라 걷는 길.
저 앞에 나무를 무지막지하게 쌓아둔 곳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화장터다.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좀 더 가까이 가서 지켜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소리친다.
'거기 있으면 안 돼! 여기로 나와!'
자신을 이 화장터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소개한 그 친구는 꽤나 말끔히 빼입었다. 화장터 바로 뒤에 있는 건물에서 일한단다.
'여행 온 거야? 바라나시 화장터에 대해 궁금하지 않아?'
그리고는 바라나시 화장터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24시간 화장이 진행되고, 어떤 시체는 화장하지 않고 물에 던지고, 화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 같은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꽤나 고마운 친구다.
신기했던 건 화장터 위쪽에 있는 불. 3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는 시바신의 불이란다. 이곳에서 화장하는 모든 시체들은 이 불을 옮겨 붙여 태운단다.
난 정말 그 친구가 고마웠다. 그냥 봤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그런 깊은 이야기까지 해주니 말이다. 근데 이게 함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말했던 것들의 절반은 멋대로 지어낸 사실이었고, 그는 사기꾼이었다.
한창 설명을 하던 그가 새로운 말을 꺼낸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나무를 사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혹시 괜찮다면 나무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을 조금 기부하지 않을래?'
10루피를 건네니 이 돈은 너무 적어서 나무를 하나도 살 수 없단다. 지갑을 탈탈 털어 40루피를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정말 그땐 돈이 그것밖에 없었다. 시간을 내주고 설명해준 친구에게 그 정도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미안했다.
근데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다.
'혹시 사기꾼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입었는데?'
나의 지독한 편견이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 친구가 말했다.
'혹시 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기부에 대해 즐겁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돈을 돌려줄게. 정말이야.'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설마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수나 있을까?
괜찮다고 오히려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그땐 기분 좋게 돈을 주었고, 좋은 정보를 얻었음에 만족했다.
한 인도인의 말을 듣기 전까진...
'화장터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의 99%는 사기꾼이야. 그리고 네가 들은 정보도 아마 절반은 뻥일 거야. 그래도 돈을 많이 주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망자에 대한 마지막 예를 올리는 곳에서도 이렇게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다니! 아니 한두 명이 아니라 엄청 많았다.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