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째 날
어젯밤엔 몸이 안 좋았다. 열도 좀 나는 것 같았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쓰러지듯 일찍 잠이 들었다. 밤새 몇 번이나 깼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새벽 내내 식은땀을 흘렸다. 결국 침낭 속에서 속옷까지 다 벗은 채로 빨가벗고 잠을 청해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몸을 뒤척이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다음날 사람들이 '쿵'하는 소리가 났다며 증언해줬다...) 진짜 아팠다... 주섬주섬 다시 침대에 올라와 침낭을 바로 하고 잠을 청했는데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흑흑...
쿠미코 게스트하우스는 100루피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준다.
게스트하우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어떻게 이윤을 남길까 생각해봤는데 아침 식사로 남는 건가...
아침때가 되면 아침 먹으라며 소리 지르는 쿠미코 아주머니의 정성과 쿠미코 게스트하우스가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쿠미코 조찬에 도전!
원래는 인도 아주머니가 와서 요리를 해주시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쿠미코 아주머니가 직접 요리를 하신다. 꽤나 맛있다. 특히 토스트와 삶은 달걀이 맛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을 냠냠
게스트하우스에 같이 묵으시는 장발머리 한국 여행자님과 같이 빵집에 갔다. 도넛이 엄청 엄청 맛있단다!
초코 도넛, 크림 도넛, 그냥 도넛, 이렇게 3 종류가 있는데 25루피다! (500원 정도) 하루에 종류당 딱 4개씩만 만들어 판단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맛있음! 인정함! 인도 빵집 인정!
곽씨가 갠지스강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단다!
'난 갠지스강에 들어가 시바신의 축복을 받겠어'
그리곤 갠지스강으로 향한다. 계단 주위로 많은 인도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몸을 말리고 있는 게 보인다. 곽씨는 한 발짝 한 발짝 겁먹은 염소처럼 물속에 들어간다.
딱히 특별한 느낌은 없었단다. 그냥 한강 물에 몸을 담근 느낌?
한국 가서 곽씨가 온갖 질병에 걸린다면 과학을 믿는 것으로! 건강하다면 신화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으로!
갠지스강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지저분하고 오염된 강인데 인도 사람들은 이 강을 시바신과 동일시하며 갠지스강 물을 마시고, 샤워를 하고,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다른 물과 다르게 갠지스강의 물은 고여있어도 잘 썩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연유일까. 세상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정말 많다.
아이들이 강가에서 축구를 한다. 그중 한 명이 공을 뻥 차 버렸다. 그 바람에 공은 강 저 멀리로 날아갔다. 아이는 처음이 아니라는 듯 태연하다.
'내가 가져올게'
강가에 묶여있던 배를 타고 공을 찾으러 나선다. 혼자 노젓기가 열심이다. 노 저으랴, 공 잡으랴. 아무래도 힘들겠다 느꼈는지 친구를 한 명 부른다.
결국 한 명은 노를 젓고 한 명은 공을 잡는다. 20분 남짓 지났을까. 결국 공을 가지고 돌아온다.
바라나시의 개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개가 그 영역에 들어오면 화를 낸다. 짖고, 무리 지어 둘러싼다.
그때 사람들이 하는 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개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개들이 먹을 것에 몰려들어 한동안 잠잠해진다. 혹은 영역에 들어온 개를 두들겨대며 쫓아버린다.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영역이 있고 그룹이 있다. 새로운 사람이 그들에게 들어오면 알게 모르게 굉장히 위선적이고 배타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결혼식은 어떤 풍경일까?
어두운 밤거리를 걷다 보니 저 앞에 굉장히 시끄럽게 악기 소리가 들린다. 결혼식이다.
길거리 위에서 시끄럽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건물 안엔 신랑이 친족으로 보이는 여러 여성들에 둘러싸여 전통 의식을 치르고 있다. 굳이 초대받지 않은 외국인이더라도 결혼식에 오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흡사 우리의 80, 90년대 결혼식을 보는 듯하다.
정말 결혼식 한번 하려다 고막 찢어지겠다!
'이렇게 요란하게 하니까 신랑 신부가 이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겠다...'
준비가 끝났는지 집 앞엔 큰 마차와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신랑이 마차 위에 어린아이들과 함께 올라타고 마차가 출발한다. 도로 위를 점령한 행진 속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고, 노래한다. 덕분에 엄청난 교통 혼란이 일어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너도나도 집 앞으로 나오거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어 구경에 열심이다.
행렬은 신부 집으로까지 이어진다. 밤이 너무 깊어 곽씨와 우리는 숙소로 향한다.
다음 기회에 인도에 오게 된다면 꼭 결혼식에 참석 해보리라!
갠지스 강변을 따라 걸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주치는 사람마다 말을 건다.
'마리화나 할래요?'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말도 곧잘 한다. 초점이 없어진 눈, 구부정한 몸, 시꺼먼 이. 딱 봐도 약쟁이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마리화나를 했는지 만나는 인도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한다며 나도 해보란다. 마리화나를 팔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 어디 마리화나가 좋다며 추천해준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여행 도중에 만난 한국인도 마리화나를 했단다.
'할 땐 정말 좋거든? 근데 하고 나면 한동안 계속 걱정과 스트레스야. 내가 왜 했지? 하는 후회로 한동안 시간만 보내게 되더라.'
혹여 인도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생각해보자. 마리화나를 정말 쉽게 접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치를 자신이 있는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1997년 류시화 시인이 인도 여행을 하고 남긴 글이다. 쿠미코 게스트하우스에 이 책이 꽂혀있었고, 어느 연유엔가 읽기 시작했다.
무려 20년도 더 된 인도의 이야기다. 재밌는 이야기들이 꿈처럼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열린 마음'이다.
돌아보면 나는 인도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문을 굳게 걸어 잠가두었다.
그들이 다가오는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과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사자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해보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를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새로운 지식들을 담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인도 여행은 호기심만을 쌓아온 여행이었다.
많은 것을 얻고 싶으면 그만큼 많이 열어야 한다. 혹여나 사기를 당하고, 예상치 못한 시간을 뺏기는 일이 많을지라도!
여기는 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