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번째 날
난 설명되지 않는 것을 꽤나 싫어한다. 설명할 수 없으면 의미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나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음에 빠져있기도 한다. 바라나시는 그런 곳이다. 솔직히 나는 바라나시가 그렇게 정겹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좋다. 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갑갑한 마음에 병이 날 것만 같다.
그래도 바라나시의 아침은 꽤나 재미있다.
악기 부는 사람들, 목욕하는 사람들, 노래하는 사람들, 노 젓는 사람들....
'이리와 봐. 축복을 내려줄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 돈이 없다고 했는데도 와보란다. 인도에 돈 밝히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구나! 이마에 그림을 그려주고 주문을 따라 외웠다.
다 끝나고 나서 하는 말
'돈 줘'
돈 없다는 말을 못 알아들었나 보다.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아니 어쩌면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재밌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다는 것.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항상 메고 다니는 가방엔 지갑, 배터리, 휴대폰 등등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주변을 경계하게 되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관이 생긴다.
가진 것 없이 돌아다니니 마음이 편하다. 누가 돈을 달라고 해도 주머니의 먼지만 털어주면 된다. 그리고 돈 대신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너는 어디서 왔니, 무슨 일을 하니.'
가진 게 없으면 더 여유로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왜 이리 늦게 알아버린 걸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 인도가 그리워지려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고 하는 게 이제야 실감 난다.
장발머리 여행자와 함께한 아침 식사. 오늘의 아침 식사는 남인도 음식으로! 도사, 우따빰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바라나시를 떠날 때가 되어 맛있는 음식을 먹다니... 뭔가 배가 아프다.
우따빰은 피자맛이 나고, 도사는 흠... 약간 튀김만두 같은 맛이다. 우따빰은 먹어본 인도 음식 중 최상급의 맛!
목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다닌다는 장발머리 여행자. 정말 머리만큼이나 알면 알수록 특이한 사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거쳐 인도에 왔단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목사가 되기 위한 오랜 수행(?)에 들어간다.
목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해본 것은 처음이다.
'과연 그는 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참된 목사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이제 네팔로 떠난다.
떠나는 날이 되니 왠 바람이 불었는지 쿠미코 할머니가 3층 도미토리 청소를 하신다! (청소는 아니고 매트리스를 교체하고 천을 바꾸는 정도?)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진 좁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오신 쿠미코 할머니가 헥헥 거리시며 일하신다. 사실 그냥 먼지를 풀풀 날리며 돌아다니시는 정도다.
할머니를 따라 같이 올라온 멍멍이 '아이'는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고 영역표시에 열심이다. 보이는 기둥마다 킁킁 냄새를 맡고 노오란 쉬를 갈겨둔다.
짐을 싸고 쿠미코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쿠미코 할머니가 웃으시며 나긋이 말씀하신다.
'사람들 많이 데려와'
때마침 와있던 손녀딸도 인사해준다.
'다음에 또 놀러와. 꼭 올 거지? 언제 올 거야?'
우리가 몇 번이나 같이 게임도 하고, 놀았더니 금세 정이 들었나 보다. 다시 올 거냐고 재차 묻는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갑자기 모두들 포즈를 잡는다.
낡고 지저분하지만 정겨웠던 쿠미코 게스트 하우스
이번 물갈이는 진짜다. 사실 2번째 물갈이다. 이번엔 근데 특히 심하다. 수도꼭지에서 물을 튼 것처럼 주룩주룩 똥이 나온다. 사실 이게 똥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냥 비처럼 주룩주룩 내린다.
이게 어떤 기분이냐면 난 분명히 싸고 있는 느낌이 없는데 주루루룩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이건 똥이 아니고 그냥 똥물이야!'
그래도 참 대단하다. 식욕도 여전히 넘치고 기운도 펄펄하다. 단지 불편한 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꾸륵꾸륵소리와 주루루룩 흘러내리는 똥물... 10년째 인도를 방문하신다는 형님도 올 때마다 물갈이를 하신단다.
큰 똥도 아닌데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한다. 배출구가 아프다... 앉을 때나 걸을 때나 계속 아프다... 사실 항체가 생기는 것처럼 한번 아프고 나면 면역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꾸륵꾸륵해서 다행이라 스스로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