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셀러 가입은 했는데... 이제 뭘 해야하지?

커머스 경험 0인 개발자들이 Qoo10 심사 2주 동안 배운 것들

by 꼼마

셀러 가입 신청 버튼을 누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슬랙에 누군가 올렸다. "근데 이제 뭐 해?"

진지한 질문이었다. 셀러 가입은 넣었는데, 심사에 최대 2주 걸린다고 했고, 그 사이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코드를 짜는 사람들이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 이력서에 "커머스 경험"이라고는 쿠팡에서 로켓배송 시킨 것밖에 없는 팀이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켰다.

"큐텐 셀러"로 검색하면 영상이 수십 개 나온다. 썸네일이 다 비슷하다. 노트북 앞에 앉은 사람이 뒤에 매출 그래프를 띄워놓고 환하게 웃고 있는 구도. 제목은 둘 중 하나다. "큐텐 일본 월 1000만 원 달성 후기" 아니면 "큐텐 일본 3개월 해봤는데 솔직히..." 후자의 표정은 좀 다르다.

image.png 큐텐 셀러를 검색하면 긍정, 부정이 확연히 갈린다.


둘 다 봤다. 1000만 원 영상을 보면 "아 이거 되는구나" 싶고, 현실 후기를 보면 "아 이거 안 되는구나" 싶었다. 희망과 불안이 30분 간격으로 교차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놀이동산에 온 것도 아닌데.


그래도 영상을 열 개쯤 보니까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큰 그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한국에서 싸게 사서 일본에 비싸게 판다. 그 사이에 상품 등록이라는 게 있고, QMS라는 셀러 관리 시스템이 있고, 물류라는 게 있다.

세 가지. 우리가 아는 건 세 가지 다 제로였지만, 적어도 "뭘 모르는지"는 알게 됐다. 개발에서도 그게 첫 번째 단계 아닌가. 요구사항 파악.



상품 리서치라는 걸 해봤다.

뭐 거창한 게 아니다. 큐텐 재팬에 들어가서 화장품을 검색하고, 랭킹 상위에 뜨는 제품들을 하나하나 클릭해 보는 거다. 어떤 브랜드가 잘 팔리는지, 가격대가 어떤지, 상품명은 어떻게 쓰는지. 구글 번역기를 옆에 켜놓고.


아누아, 넘버즈인, 코스알엑스, 달바. 한국에서는 올리브영 가면 널린 게 이런 브랜드인데, 큐텐 재팬에서는 2000엔 3000엔씩 붙어 있었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렸다. 2500엔이면 한국 돈으로 얼마지? 네이버에서 같은 제품 검색. 12,000원. 큐텐 판매가에서 수수료 빼고, 배송비 빼고, 소싱가 빼면?

3000원 남는다.


"남으면 올리자."


그게 우리의 상품 선정 기준이었다. MBA에서 배우는 시장분석이나 포지셔닝 전략 같은 건 없었다. 계산기 두드려서 양수면 올리고, 음수면 안 올리고. 초등학교 수학이면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 우리는 그게 좋았다. 일할 때는 맨날 예외 상황을 열두 번씩 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플러스 마이너스만 보면 됐으니까.


물론 나중에 알게 된다. 그 3000원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순진한 계산이었는지. 환율은 매일 바뀌고, 해외 결제 수수료가 있고, 반품이 있고, 쿠폰 할인분은 셀러 부담이고, 재고가 안 팔리면 묶이는 자금이 있고.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 단순한 계산이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엑셀을 하나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구글 시트. 상품명, 큐텐 판매가, 네이버 소싱가, 예상 마진. 열몇 개 제품을 채웠다. 개발자답게 열 이름은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데이터의 정확성은 장담 못 했다. 수수료율도 "대충 10%인 것 같다" 수준이었고, 배송비도 "한 2000원이면 되지 않을까" 같은 감이었다.



물류. 이게 제일 막막했다.

화장품을 일본까지 보내야 한다. 당연히 직접 우체국 가서 EMS 붙이는 건 아니고. 아, 사실 처음에는 그것도 고려했다. "한 달에 10개 정도면 우체국 가면 되지 않아?" 진지하게 나온 말이다. 유튜브 영상에서 배송대행이라는 개념을 알려줬다. 한국에 물건을 보내면 대행업체가 모아서 일본으로 보내주는 시스템.


구글에 "한국 일본 배송대행"을 검색했다. 업체가 여러 개 나왔다.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어가 봤는데, 솔직히 뭘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었다. 무게당 단가? 부피 기준? 통관은 누가 해주는 거지? 화장품은 뭔가 규제가 있을 것 같은데?


무작정 모든 배송 대행업체를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있었고, 모든 업체가 비용을 공개해 둔 것도 아니었기에 비교하기가 난감했다. 그리고 서로 배송일이나 조건, 비용, 이용 방식들이 천차만별이었다.

image.png


결국 KSE를 골랐다. 이유가 좀 부끄러운데, 유튜브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곳이었고 가격도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맛집 고를 때 리뷰 수 보고 고르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많이 쓰면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QMS.

QMS가 뭐냐면 큐텐의 셀러 관리 시스템이다. 심사가 끝나기 전에도 로그인은 되길래, 일단 들어가 봤다.

멘붕이 왔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게,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바로 이런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이, 남이 만든 관리 시스템 앞에서 멘붕이 온 거다. 건축가가 이케아 가구 조립설명서 앞에서 당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상품 등록을 해보기로 했다. 심사 전에도 등록은 가능하다고 어디서 봤다.

image.png QSM 상품 등록 페이지


카테고리를 고르는 데 30분이 걸렸다. 화장품이 "뷰티" 아래 있을 줄 알았는데 "헬스&뷰티"였고, 그 아래 "스킨케어"가 있고, 그 아래 "에센스/세럼"이 있고, 근데 토너는 "스킨케어" 바로 아래인지 "화장수/로션" 밑인지 헷갈렸다. 일본어 카테고리명을 번역기 돌려가며 하나하나 확인했다. 化粧水가 토너고, 乳液이 로션이고.

상품명은 경쟁 상품 걸 참고했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복붙 했다. 표절이 아니라 벤치마킹이다.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가격 설정. 배송비 설정. 유튜브에서 본 대로 반품 배송비는 1500엔으로 잡았다. 왜 1500엔이냐고? 영상에서 "보통 1500엔으로 많이 하세요"라고 했으니까.

(사실 상품 페이지 만드는 게 제일 짜증 났는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등록 버튼을 눌렀다. 에러가 났다. 필수 입력값을 안 채운 게 있었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나오는 곳에 어떤 항목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디자이너가 보면 울 것 같은 화면이었다.

다시 채우고 등록. 됐다.


상품 하나 등록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개발 일이었으면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양을 처리했을 거다. 두 번째 상품은 좀 빨랐다. 한 시간 정도. 세 번째까지 가기 전에 의욕이 바닥났다. "일단 두 개 올려놓고, 심사 끝나면 그때 더 하자."



2주가 지났다.

이 2주 동안 깨달은 것들이 있다. 커머스는 코드가 아니라 노가다라는 것. 적어도 시작은 그렇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근데 이상하게, 그 무지가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아는 게 많았으면 겁이 나서 못 했을 것들을 모르니까 일단 했다.


메일이 왔다. "Qoo10出店審査が完了しました。Qoo10での販売に向けて準備をしましょう!"

대충 심사 승인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손이 떨렸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 떨림.

셀러센터에 다시 로그인했다. 미리 올려뒀던 상품 두 개의 상태가 바뀌어 있었다.

판매 중.


일본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큐텐을 열면 우리 상품이 보인다는 뜻이었다. 그 사람은 모를 거다. 이 상품을 올린 게 화장품은 로션이랑 선크림 정도만 바르는 한국 개발자들이라는 것을.


이제 진짜 시작이다. 준비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온 거다.

이제, 0인 상태로 그냥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다.